프로게이머 김관우가 꿈꾸는 게이밍 체어

프로게이머 김관우가 꿈꾸는 게이밍 체어

프로게이머 김관우가 꿈꾸는 게이밍 체어

“제 게임의 파트너는 15년 넘게 사용한 애착 의자에요.”

작업 혹은 휴식-
의자의 존재 이유는 두 가지로 나뉩니다.
컴퓨터 앞에 앉은 채 손으로 수행하는 작업들 가운데
가장 격렬하고 빠른 동작을 요구하는 건 게이밍이지요.
결국, 온라인 게임은 정적이면서도 동적인 스포츠입니다.

2023년 항저우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인 김관우 선수와
'게임'이라는 앉음의 시간에 대하여 이야기 나눴습니다.
 
이름 김관우
직업 게임 기획자, 프로게이머
기록 2022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
앉는 이유 승리하기 위해
앉아 있을 때 루틴 손목 보호대 사용, 스트레칭
선호하는 의자 팔걸이 조절이 쉬운 의자, 바퀴가 구르지 않도록 세팅이 가능한 의자
  

| 앉은 채 싸우는 사람들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딴 지 2년이 지났어요. 국가대표로 훈련하실 때보다 게임 화면 앞에 앉는 시간도 줄었을까요?
경기 준비를 할 때와 평소의 일상이 많이 달라요. 국가대표로 아시안게임을 준비할 당시에는 매일 열 시간 넘게 앉아 있었죠. 현재는 경기가 없기 때문에 하루에 대여섯 시간 정도 즐기기 위하여 게임을 해요. 스트리트파이터 V로 금메달을 땄는데, 최근 버전 VI가 나오며 처음부터 다시 배우고 있어요. ‘33원정대’라는 RPG 게임에도 푹 빠져 있어요. 디스토피아 세계관에서 수명이 딱 1년 남은 33세의 인물들이 세상을 구하는 이야기인데… 음악도 스토리도 최고예요, 정말! 직장이라는 시간의 제약이 없다면, 예전처럼 한나절 내내 플레이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하하. 

‘제약이 없다면’이라는 단서를 들으니, 게임에 몰입하면 끝장을 보는 스타일이시군요. 스트리트파이터를 플레이하실 때도 한번 앉으면 오랫동안 게임을 즐기셨나요?
스트리트파이터 같은 격투 게임은 한판 한판이 아주 치열해요. 그 판을 이겨야만 다음으로 넘어갈 수 있고, 어떤 대결이든 다이내믹한 전개가 펼쳐지죠. 초반엔 신경전을 벌이다가 완벽한 KO로 이어지는 한방을 시도하는데, 참 그게 통하지 않을 때도 많아요. 승부가 날 때까지는 화면 밖으로 나갈 수 없는 거죠. 

금메달을 안겨준 스트리트파이터 V 캐릭터가 베가였죠. 여기에 특별한 의미가 있을까요?  
베가의 신중한 면이 저랑 닮았다고 생각해요. 저는 머릿속에 어떤 그림이 확실히 그려져야 움직이는 편이에요. 그런데 격투 게임은 정해진 시나리오도 없고, 무작위로 매칭되는 플레이어와의 대결에서 늘 새로운 이야기가 펼쳐지잖아요. 변화하는 화면 안에서 상황을 파악하고 빠르게 전략을 세우기 위해, 베가로 견제하며 시간을 벌었어요. 그러다 약점을 발견하면 속도감 있게 상대를 몰아붙이는 거죠.

MMORPG보다는 격투 게임을 선택하신 이유도 그 승부욕 때문일까요?
승부욕이라고만 요약하기엔 여러 기억과 마음이 교차하네요. 저는 1979년생이에요. 80년대의 수많은 어린이처럼 오락실 아케이드 게임으로 스트리트파이터를 처음 접했어요. 고등학생들을 줄줄이 꺾는 초등학생으로 동네에서 유명했죠. 90년대 피시방 붐이 시작되며 또래 친구들은 스타크래프트나 디아블로에 열광했지만, 그때도 제가 가장 좋아하는 건 킹오브파이터즈였어요. 게임 회사에 다니던 20대에 스트리트파이터를 다시 만났죠. 스트리트파이터 IV의 PC 버전이 테스트용으로 출시됐는데, 어린 시절의 그 기분과 재미 그대로더라고요. 어른이 되어 다시 스트리트파이터에 푹 빠진 거죠. 게임 애호가로서는 다양한 게임을 즐기지만, 역시 ‘인생의 게임’이라면 스트리트파이터네요. 

개인의 차원에서, 단지 즐거워서 하던 게임이 국가대표 선발까지 이어졌군요. 
맞아요. 그래서 새롭고 신기한 감각도 느꼈어요. ‘내가 이 정도로 잘했었나?’ 하는 느낌. 국가대표로 선발된 후 평생 처음으로 체계적인 훈련을 받았거든요. 집이 아닌 연습실과 숙소에 머물며, 아침에 일어나 연습하고 저녁에 쉬는 리듬이 자연스럽게 생겼죠. 실력이 눈에 띄게 느는 걸 느꼈습니다.

체계적인 훈련과 수많은 경기를 통해 얻은 노하우가 궁금합니다. 프로게이머로서 격투 게임을 잘 풀어가기 위해 중요한 요소들은 무엇이었나요? 
다양한 상황에 대한 판단력이라고 봐요. 수많은 대전을 경험하며 자연스럽게 익혀가야 해요. 플레이가 나쁜 습관에 빠지지 않도록 중간중간 리프레시해주는 습관도 중요하고요. 그리고 정확한 입력, 반응속도, 빠른 손놀림. 이 세 가지는 기본 중의 기본이죠. 어떤 게임을 하든, 어깨와 팔, 손의 컨디션 관리는 필수적이에요.  

| 15년 동안의 파트너


게이머의 손동작은 입력 장치에 따라서도 달라질 것 같아요. 어떤 컨트롤러를 사용하시나요? 
팬에게서 선물 받은 아케이드 컨트롤러를 써요. 조이스틱과 버튼이 있는, 오락실 기계 느낌의 장비죠. 무릎 위에 올려서 쓰는 크기인데, 안정감이 있고 손맛도 좋고요. 

조이스틱 컨트롤러라니, 어린 시절 오락실 풍경이 떠오르네요! 작동법이 키보드와 다르다 보니, 손과 팔에 들어가는 힘이나 움직임에도 차이가 있을 것 같아요. 
너무 세게 움직이면 실수가 잦아지기 때문에 저는 오히려 살살 누르는 편이에요. 어떤 컨트롤러든 장단점이 있어요. 요즘 많이들 쓰는 패드나 키보드 식 입력에 비해 조이스틱은 더 빠르게 조종할 수 있지만, 오입력이 날 가능성이 커서 손과 팔의 움직임을 정말 정밀하게 컨트롤해야 해요. 그러다 보니 손목이 결릴 때도 많죠.

오랜 시간 앉아 손을 정밀하게 움직여야 하는 만큼, ‘건강한 앉음’이 중요하겠어요. 어떤 장치를 사용해 어떤 게임을 플레이하는지에 따라 게이머에게 적합한 환경도 다를 것 같고요.
사실 게임에 몰입하면 자세를 전혀 의식하지 않게 돼요. 몸에 익은 자세로 몇 시간이고 앉아있곤 하죠. 그래서 본격적인 플레이를 시작하기 전 책상과 의자 세팅을 꼭 해 둬요. 저는 아케이드 스틱을 무릎 위에 올려두다 보니 고개를 약간 숙이게 되거든요. 무릎이 책상보다 낮아져서 어깨나 목이 쉽게 긴장돼요. 다행히 격투 게임은 한판이 오래 가지 않잖아요. 중간중간 쉬는 시간이 생기면 그때마다 스트레칭하면서 컨디션을 유지해요.

게임을 하는 도중에는 자세를 바꾸기 힘드니, 아무래도 의자의 역할이 크겠네요.
정말 중요하죠. 허리를 얼마나 잘 받쳐주는지, 높이 조절이 되는지, 팔걸이가 원하는 위치로 조절되는지…  그 하나하나가 경기력에도 영향을 줄 정도예요. 해외 대회에서 불편한 의자에 앉았던 적이 몇 차례 있었는데,  특히 팔걸이가 너무 높고 가까워서 스틱 조작을 방해했던 의자가 기억나요. 그땐 정말 아찔했죠. 

의자가 그렇게 중요하다면, 김관우 선수의 게임용 체어도 무척 궁금해져요. 지금까지 어떤 의자들을 사용해 오셨나요?
어린 시절 오락실에서는 게임기 앞에 놓여 있는 스툴에 앉았죠. 20대 초반까지만 해도 아무 의자에나 앉아 게임을 했는데, 직장에서 돈을 벌기 시작하며 좋은 의자를 사고 싶더라고요.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게임’에 투자를 해 보자. 그렇게 고민하며 고른 의자가 15년 전쯤 구입했던 시디즈 T50이에요. 어떤 의자가 좋을지 엄청나게 조사했어요. 튼튼하고 조정할 수 있는 옵션이 많다는 둥 좋은 리뷰가 많길래 T50을 골랐죠. 지금은 구하기도 힘든 정말 정말 옛날 모델이에요, 하하. 그래도 여전히 아무 문제 없이 사용하고 있고, 정도 많이 들었어요. 나름 ‘애착 의자’랄까요? 

T50이라니, 의외네요! 게임용보다 사무용 의자로 알고 있어서요. 
개인적으로, 또한 선수로서 수많은 의자에 앉아봤지만, 제게는 이 T50이 최고의 게이밍 체어에요. 15년이 흐르는 사이 제 앉음 스타일에 맞게 세팅도 해두었고요. 
 

ㅣ좋은 게이밍 체어의 조건


국가 대표의 의자 세팅 노하우가 궁금해지네요. 
가장 먼저, 저는 ‘싯브레이크 바퀴’를 달았어요. 게임을 할 때는 화면에 따라 저도 모르게 몸이 움직이게 되는데요, 균형을 잃지 않고 컨트롤하려면 의자 바퀴가 움직이지 않는 게 중요해요. 싯브레이크 바퀴는 의자에 일정 정도 이상의 무게가 가해지면 움직이지 않는 시스템이에요. 제가 게이밍 체어보다 T50을 선호하는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죠. 게이밍 체어들은 워낙 무겁다 보니 호환되는 싯브레이크 바퀴가 없더라고요. 
의자 세팅 방법은 입력 장치에 따라 달라져요. 마우스를 쓸 때는 의자를 높이고, 아케이드 스틱으로 플레이할 땐 최대한 낮춰요. 앉은 채 발이 바닥에 닿았을 때 무릎이 직각에 가까워지도록 맞추죠. 
팔걸이를 어느 범위까지 조작할 수 있는지도 제겐 정말 중요해요. 아케이드 스틱을 쓸 땐 걸리적거리지 않도록 최대한 낮추거나 옆으로 빼두는 편이에요. 휴식을 취하거나 스트레칭할 땐 팔걸이를 다시 높여 팔을 기대고요. 

국내 격투 게임의 레전드 플레이어로서, 김관우 선수에게 ‘최고의 게이밍 의자’가 있다면 어떤 모습일까요?
요즘 게이밍 체어들 정말 특별하죠. 사운드를 진동으로 변환시켜 주고, 장시간 앉아 있는 선수를 위해 통풍이 되는 시트도 개발되었고요. 게임의 즐거움을 위해 하나하나 의미 있는 기능이겠지만, 전 역시 의자의 기본기를 먼저 생각하게 돼요. 좌판은 푹신하면 좋겠고, 내 자세와 잘 맞는 헤드레스트도 중요하죠. 팔걸이의 역할도 꼭 얘기하고 싶어요. 게이머에게 팔걸이는 휴식과 플레이라는 두 가지 모드 사이를 부드럽게 전환해주는 장치거든요. 휴식을 취할 때는 넓은 팔걸이가 편한데, 너무 크고 두툼하면 또 팔을 움직일 때 방해가 되죠. 저는 팔걸이의 조정 범위가 넓거나 탈착할 수 있어서, 입력 장치의 특징에 의자를 맞출 수 있는 설계가 좋아요. 

Settings for Gaming

팔걸이 세팅
"스트리트파이터를 플레이할 때는 조이스틱을 조작하기 위해 팔걸이를 낮추고, 일반 게임을 즐길 때는 편하게 기댈 수 있도록 높이를 제 몸에 맞춰요." 장시간 플레이를 하거나 작업을 할 때 팔걸이는 피로도와 집중력에 큰 영향을 주는 요소입니다. 김관우 선수처럼 다양한 컨트롤러를 사용하는 경우, 팔이 움직일 수 있는 범위를 게임에 최적화시키는 것 또한 중요하지요.
싯브레이크 바퀴 세팅
게임이나 작업에 몰입하다 보면 손이나 팔의 미세한 움직임에도 의자가 살짝 밀려 자세가 흐트러지기 쉽죠. 싯브레이크 바퀴는 사용자가 앉았을 때 자동으로 바퀴를 잠그는 기능을 갖추고 있어, 의자 흔들림 없이 안정된 자세를 유지하는 데 큰 도움을 줍니다. 앉을 때만 브레이크가 작동하고, 일어서면 다시 바퀴가 굴러가도록 설계되어 있어 사용도 간편하지요.
손목보호대 사용
게이머에게 손의 기동성은 기본기 중의 기본기입니다. 정확하고 빠르게 조작하다 보면, 손목이 망가지는 것은 시간 문제죠. 김관우 선수도 손목결림을 예방하기 위해 손목보호대를 사용합니다. "경기 중에는 팔걸이 위에서 손목 스트레칭으로 피로를 풀고, 최근엔 마우스를 주로 사용하는 오른손을 위해 실리콘 손목 받침대를 샀어요. 측면에서 보면 고양이가 윙크를 하고 있답니다." 


"앉은 채 누구보다 빠르게 손을 움직여야 하는
게이머들에게 적합한 의자는 무엇일까요?"


🪑사용자의 질문에서 시작하는
앉음의 탐구 SITTING LAB
시팅랩은 앉음의 의미와 방법을 모색하는
시디즈의 콘텐츠 시리즈입니다.
사용자의 경험과 질문에서 시작해
의자와 앉음의 세계를 깊이 탐구해갑니다.
'프로 게이머에게 적합한 의자의 조건'을
궁금해 하는 프로 게이머에게
세계적인 인체공학자와
시디즈의 의자 전문가가 대답을 준비합니다.
'김관우 선수의 시팅랩 해답편'은
8월부터 9월까지 차례로 공개될 예정입니다.





Editor
원영인 Photographer 김경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