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미엄 체어의 해부학
자동차의 충돌 안전 등급이나 건물의 내진 설계처럼
잘 만들어진 물건의 가치 중에는
끝내 알아채기 어려운 것도 있습니다.
프리미엄 체어가 가진 것도 그렇습니다.
겉으로는 같은 의자인데, 무엇이 다른 걸까요?
차이가 숨은 자리부터 세계 프리미엄 브랜드들이 도달한 답,
틸트와 럼버서포트, 프레임과 마감재까지
의자의 안쪽을 뜯어봅니다.
잘 만들어진 물건의 가치 중에는
끝내 알아채기 어려운 것도 있습니다.
프리미엄 체어가 가진 것도 그렇습니다.
겉으로는 같은 의자인데, 무엇이 다른 걸까요?
차이가 숨은 자리부터 세계 프리미엄 브랜드들이 도달한 답,
틸트와 럼버서포트, 프레임과 마감재까지
의자의 안쪽을 뜯어봅니다.
CONTENTS | 프리미엄 의자 탐구
① 프리미엄 의자의 차이는 어디에 있을까?
표면이 아니라 좌판 아래와 등판 뒤로 기술이 몰리는 구조를 살펴봅니다.
② 세계의 프리미엄 의자들은 무엇을 처음 해냈을까?
에어론·립·프리덤·T90·옴니가 각각 무엇을 새로 시도했는지 비교합니다.
③ 틸트와 럼버서포트는 왜 프리미엄의 조건일까?
의자 회사에서 틸트와 럼버서포트에 쏟는 노력과 그 이유를 알아봅니다.
ㅣ프리미엄 의자는 어디가 다를까
사무용 의자 한 대를 완전히 분해하면 부품이 100개를 훌쩍 넘어갑니다. 1859년 토넷 No.14가 목재 여섯 조각과 나사 열 개로 만들어졌던 것을 떠올리면, 160여 년 사이 의자는 가구에서 정밀 기계에 가까운 물건이 되었습니다.
우리가 매장에서 판단하는 것은 색과 소재, 책상과의 조화, 앉았을 때의 첫인상처럼 표면에서 확인할 수 있는 요소들입니다. 그러나 프리미엄 의자를 다른 물건으로 만드는 메커니즘은 대부분 눈에 보이지 않습니다. 좌판 깊이가 움직이고, 등판과 럼버서포트가 몸을 따라오고, 기대는 동안에도 지지가 끊기지 않으려면 금형과 가동 부품, 조립 공정과 검사 항목도 늘어납니다.
이 부품들은 좌판 아래, 등판 뒤, 프레임 안쪽에 숨어 있습니다. 고급 의자일수록 더 열심히 감추지요. 복잡한 기계를 매끈한 외형 안으로 밀어 넣는 것이 하이엔드의 문법이기 때문입니다. 소비자가 프리미엄 의자 앞에서 판단을 망설이는 것은 안목의 문제가 아닙니다. 자동차처럼 시승하거나 노트북처럼 성능 수치를 비교하기도 어려운 데다, 차이를 만든 핵심 요소들이 애초에 두 눈으로 확인하기 어렵도록 설계되어 있으니까요.
ㅣ그들은 무엇을 처음으로 시도했을까
스틸케이스의 립, 허먼밀러의 에어론
우리는 흔히 프리미엄 의자는 곧 다양한 조절 기능을 갖춘 제품이라고 생각합니다. 높이, 깊이, 각도, 강도 등 조절할 수 있는 항목이 많을수록 더 복잡하고 정교하며 고급스러우리라는 추측이지요. 이러한 셈법이 늘 들어맞진 않습니다. 요즘은 보급형 제품에도 여러 방향으로 조절되는 부품이 얼마든지 달려 나오니까요. 게다가 최근에는 오히려 조절 장치를 걷어낸 제품도 주목받고 있죠. 지난 30년간 등장한 프리미엄 의자의 아이콘들을 나열해보면, 가장 큰 공통점은 단 하나입니다. 이 의자들은 모두 아무도 시도하지 않았던 일을 하나씩 해냈습니다.
우리는 흔히 프리미엄 의자는 곧 다양한 조절 기능을 갖춘 제품이라고 생각합니다. 높이, 깊이, 각도, 강도 등 조절할 수 있는 항목이 많을수록 더 복잡하고 정교하며 고급스러우리라는 추측이지요. 이러한 셈법이 늘 들어맞진 않습니다. 요즘은 보급형 제품에도 여러 방향으로 조절되는 부품이 얼마든지 달려 나오니까요. 게다가 최근에는 오히려 조절 장치를 걷어낸 제품도 주목받고 있죠. 지난 30년간 등장한 프리미엄 의자의 아이콘들을 나열해보면, 가장 큰 공통점은 단 하나입니다. 이 의자들은 모두 아무도 시도하지 않았던 일을 하나씩 해냈습니다.
1980년대 중반, 미국 미시간의 두 디자이너가 요양 시설용 의자를 붙들고 있었습니다. 빌 스텀프와 돈 채드윅의 과제는 욕창이었고, 살에 압력이 머물지 않게 하고 열과 습기를 빼내는 것이 핵심이었지요. 그 프로젝트는 상품이 되지 못했지만 거기서 얻은 답 하나가 십 년 뒤 사무실 풍경을 바꿉니다. 폼과 커버를 걷어내고 장력 직물, 즉 메쉬가 직접 몸을 받게 만든 1994년의 에어론이 그것입니다. 비슷한 시기 경쟁사 스틸케이스는 다른 문을 두드려, 4년간 4개 대학과 27명의 과학자를 들여 척추를 따라 휘는 등판을 만들어냅니다. 1999년에 나온 립이 그 결과물이었지요.
휴먼스케일의 프리덤
두 회사가 손을 댄 자리가 서로 달랐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에어론이 건드린 것은 몸에 닿는 면과 그 아래의 뼈대였고, 립이 붙든 것은 등판이 움직이는 방식이었지요. 한편, 비슷한 시기에 완전히 반대 방향을 시도한 제품도 있었습니다. 닐스 디프리언트가 개발한 휴먼스케일의 프리덤은 조절 레버와 다이얼을 없애고, 앉는 사람의 체중이 알아서 균형을 잡게 만들었습니다. 어차피 사람들은 의자를 섬세하게 조절하지 않는다는 통찰 때문이었지요.
두 회사가 손을 댄 자리가 서로 달랐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에어론이 건드린 것은 몸에 닿는 면과 그 아래의 뼈대였고, 립이 붙든 것은 등판이 움직이는 방식이었지요. 한편, 비슷한 시기에 완전히 반대 방향을 시도한 제품도 있었습니다. 닐스 디프리언트가 개발한 휴먼스케일의 프리덤은 조절 레버와 다이얼을 없애고, 앉는 사람의 체중이 알아서 균형을 잡게 만들었습니다. 어차피 사람들은 의자를 섬세하게 조절하지 않는다는 통찰 때문이었지요.
위 사례들에는 세 가지 공통점이 있습니다. 몸에 대한 관찰을 오래 했다는 것, 그 관찰을 물리적 구조로 번역하는 데 다시 여러 해를 썼다는 것, 그리고 그 결과물에 십 년 이상의 보증을 걸었다는 것. 결과는 모두 달랐지요. 허먼 밀러의 에어론부터 시디즈의 T90까지 상징적인 제품이 각자 처음으로 해낸 일은 곧 당대와 미래를 아우르는 프리미엄 체어의 조건이 되었습니다.
Premium Chair Top 5
ㅣ틸트에는 왜 그렇게 큰돈이 들어갈까
의자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부위는 좌판과 등판이지만, 개발이 가장 오래 걸리는 부품 가운데 하나는 좌판 아래의 틸트 메커니즘입니다. 이 부품의 역할은 인간공학의 결론과 맞닿아 있습니다. 2006년 북미영상의학회에서 발표된 연구는 앉거나 선 채 촬영할 수 있는 특수 MRI로 22명의 허리를 관찰한 결과, 추간판의 변위가 가장 적은 자세는 꼿꼿한 90도가 아니라 상체를 135도쯤 눕힌 자세라고 보고했습니다. 이후의 연구는 특정 각도보다 자세를 자주 바꾸는 행위 자체에 주목합니다. 고정된 자세는 같은 부위에 하중을 쌓지만, 움직임은 그 분포를 계속 흩어놓기 때문입니다. 틸트는 사용자를 더 자주 움직이도록 돕기 위해, 각도가 아닌 부드러움에 집중합니다.
첫 번째 난관은 체중 차이입니다. 사무용 의자 한 모델이 감당해야 하는 범위는 대략 40kg에서 125kg. 45kg인 사람에게 맞춘 스프링은 90kg인 사람에게 너무 가볍고, 90kg에 맞추면 45kg인 사람은 온몸으로 밀어야 겨우 젖혀집니다. 한 덩어리의 금속이 서로 두 배 이상 차이 나는 사람에게 동시에 '적당한 저항'으로 느껴져야 합니다. 해법은 회사마다 달랐습니다. 대부분은 장력 조절 레버를 달았고, 스틸케이스 립체어는 등판 상부와 하부가 따로 휘는 라이브백으로 체형 차이를 흡수하려 했습니다. 휴먼스케일 프리덤은 레버를 없애고, 앉는 사람의 체중에 따라 장력이 자동으로 조절되게 만들었습니다. 답은 달라도 문제 인식은 같았습니다. 조절하지 않으면 맞지 않는데, 사람들은 좀처럼 조절하지 않는다는 것.
두 번째 난관은 공차입니다. 부품이 많아질수록 각각의 미세한 오차가 누적됩니다. 캠과 링크, 부싱과 같은 크고 작은 부품들이 일렬로 연결된 구조에서는 0.05mm씩만 어긋나도 끝단에 몇 밀리미터의 간격이 생길 수 있습니다. 유격은 곧 소음입니다. 몇 달 쓴 의자에서 나기 시작하는 삐걱거림의 정체가 대개 이것이지요. 정밀 메커니즘의 제조 원가는 부품값뿐 아니라 조립 공정에서도 발생합니다. 같은 도면으로 만들어도 공장의 관리 수준에 따라 다른 물건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세 번째 난관은 시간입니다. 틸트는 사람의 체중을 받은 채 회전하므로 마찰면이 계속 닳습니다. BIFMA 규격이 요구하는 내구 시험은 30만 사이클 수준으로, 하루 백 번씩 젖힌다면 8년치가 넘습니다. 처음 며칠 부드러운 의자와 몇 년 뒤에도 같은 감각을 유지하는 의자는 전혀 다른 물건입니다. 후자를 만들려면 부품이 서로 닿는 자리에 어떤 소재를 쓸지, 어떤 윤활을 넣을지, 스프링이 수십만 번 젖혀져도 처음의 힘을 잃지 않을지까지 미리 정해두어야 합니다. 몇 년 뒤에 벌어질 일을 지금 도면 위에서 결정하는 셈이지요.
시디즈 T80의 얼티밋 싱크 틸트
등판을 가볍게 만들면 스프링처럼 톡 튕기며 돌아오고, 그 튕김을 억누르면 이번엔 젖힐 때 뻑뻑해집니다. 틸트 메커니즘의 두께를 키우면 부품을 배치할 여유가 생겨 이 균형을 잡기가 쉬워지지만, 그만큼 좌판이 높아져 발이 뜰 수 있지요. 계산만으로 답이 나오지 않기에 시제품을 만들고 사람을 앉힌 뒤 다시 만드는 과정이 반복됩니다. 립이 4년, 시디즈의 얼티밋 싱크 틸트가 6년이 걸린 이유입니다. 스틸케이스가 립의 설계와 생산설비 개조에 투입한 비용은 3,500만 달러로 알려져 있고, 일반적인 틸트가 약 50개 부품으로 구성되는 데 비해 얼티밋 싱크 틸트에는 138여 개가 들어갑니다. 이렇게 축적된 기술은 브랜드의 자산으로 남고 다른 제품으로 확산되기도 합니다. 얼티밋 싱크 틸트가 시디즈 프리미엄 의자인 T90과 T80에 함께 들어가는 것이 그 예이지요.
등판을 가볍게 만들면 스프링처럼 톡 튕기며 돌아오고, 그 튕김을 억누르면 이번엔 젖힐 때 뻑뻑해집니다. 틸트 메커니즘의 두께를 키우면 부품을 배치할 여유가 생겨 이 균형을 잡기가 쉬워지지만, 그만큼 좌판이 높아져 발이 뜰 수 있지요. 계산만으로 답이 나오지 않기에 시제품을 만들고 사람을 앉힌 뒤 다시 만드는 과정이 반복됩니다. 립이 4년, 시디즈의 얼티밋 싱크 틸트가 6년이 걸린 이유입니다. 스틸케이스가 립의 설계와 생산설비 개조에 투입한 비용은 3,500만 달러로 알려져 있고, 일반적인 틸트가 약 50개 부품으로 구성되는 데 비해 얼티밋 싱크 틸트에는 138여 개가 들어갑니다. 이렇게 축적된 기술은 브랜드의 자산으로 남고 다른 제품으로 확산되기도 합니다. 얼티밋 싱크 틸트가 시디즈 프리미엄 의자인 T90과 T80에 함께 들어가는 것이 그 예이지요.
ㅣ허리는 왜 자꾸 등판에서 떨어질까
앉아서 일하다 문득 자세를 확인해보면, 허리가 등판에서 떨어져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분명 럼버서포트가 달린 의자인데도 그렇습니다. 정성껏 설계된 그 부품이 허공을 받치고 있는 것이지요.
이유는 허리 곡선이 고정된 형태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꼿꼿이 앉아 있을 때 우리 허리는 앞쪽으로 완만하게 휜 곡선을 그립니다. 그런데 몸을 뒤로 기대면 골반이 함께 뒤로 회전하면서 이 곡선이 펴집니다. 곡선의 깊이만 달라지는 것이 아니라, 가장 깊게 들어가는 지점의 높이까지 달라지지요. 몸을 옆으로 비틀면 좌우 대칭도 무너집니다.
문제는 대부분의 럼버서포트가 높이만 조절된다는 점입니다. 높이를 맞춘다는 건 하나의 자세를 기준으로 위치를 고정한다는 뜻인데, 그 자세는 몇 분이면 무너집니다. 자세가 바뀌는 순간 세팅은 의미를 잃고, 허리와 등판 사이에는 틈이 생깁니다.
프리미엄 의자들이 이 문제를 푼 방식은 크게 두 갈래였습니다. 하나는 등판 자체를 유연하게 만드는 쪽입니다. 립의 라이브백처럼 등판의 위아래가 독립적으로 휘게 하면, 척추가 어떤 모양이 되든 등판이 그 윤곽을 따라갑니다. 다른 하나는 등판이 젖혀지는 궤도 안에 럼버서포트를 태우는 쪽입니다. 기대는 동안 럼버서포트가 함께 움직여 허리에서 떨어지지 않게 하는 방식이지요.
프리미엄 의자들이 이 문제를 푼 방식은 크게 두 갈래였습니다. 하나는 등판 자체를 유연하게 만드는 쪽입니다. 립의 라이브백처럼 등판의 위아래가 독립적으로 휘게 하면, 척추가 어떤 모양이 되든 등판이 그 윤곽을 따라갑니다. 다른 하나는 등판이 젖혀지는 궤도 안에 럼버서포트를 태우는 쪽입니다. 기대는 동안 럼버서포트가 함께 움직여 허리에서 떨어지지 않게 하는 방식이지요.
어느 쪽이든 어려운 이유는 같습니다. 럼버서포트 하나만 잘 만들어서는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 허리와의 접촉을 계속 유지하려면 등판이 어떻게 휘는지, 틸트가 어떤 궤도로 젖혀지는지, 그때 골반이 얼마나 회전하는지가 하나의 계산 안에 들어와야 합니다. 등판만 좋아도, 틸트만 부드러워도 안 됩니다. 세 부품이 각자 잘 만들어졌는데 서로 어긋나는 의자가 실제로 존재하는 이유이지요.
그리고 이 부품에는 또 하나의 조건이 있습니다. 확인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는 것. 틸트는 매장에서 몇 번 젖혀보면 감각이 옵니다. 좌판의 쿠션감도 앉는 즉시 알 수 있고요. 그런데 럼버서포트가 자세 변화를 따라오는지는 5분 앉아서 알 수 없습니다. 두 시간쯤 일하다 고개를 들었을 때 허리가 아직 등판에 닿아 있는지로만 판정되는 성질의 것이니까요.
만드는 쪽에서 보면 이건 꽤 불리한 조건입니다. 아무리 공들여도 매장에서 티가 나지 않고, 카탈로그에 적을 만한 인상적인 숫자로 번역되지도 않습니다. 그럼에도 이 자리에 특허가 붙고 개발 기간이 쌓이는 것은, 하루 여덟 시간을 앉는 사람에게는 결국 여기서 차이가 갈리기 때문입니다.
시디즈 T90의 퍼펙트 피팅 럼버서포트
T90의 럼버서포트는 독립된 부품이 아니라 틸트와 연동되는 구조입니다. 등판이 젖혀지는 동안 럼버서포트가 함께 따라 움직여, 자세가 바뀌어도 허리와 등판 사이의 간격이 벌어지지 않게 합니다. 틸트와 럼버서포트, 좌판과 등판이 마치 한 몸처럼 정교하게 반응해, 편안한 착석과 높은 업무 퍼포먼스를 끌어냅니다. 얼티밋 싱크 틸트와 퍼펙트 피팅 럼버서포트는 둘 다 특허를 받았고, 시디즈의 프리미엄 플래그십 체어 T90의 정체성을 결정짓는 핵심 요소로 남았습니다.
ㅣ부품과 마감재는 시간을 어떻게 견딜까
임스 알루미늄 체어
책상 아래로 손을 뻗어 의자의 베이스를 만져보면 두 종류로 나뉩니다. 매끈하고 가벼우며 두드리면 둔탁한 소리가 나는 것, 그리고 서늘하고 묵직하며 두드리면 맑게 울리는 것. 앞은 대개 유리섬유를 섞은 나일론 소재고, 뒤는 알루미늄 다이캐스트입니다. 가구 매장에서는 둘 다 사람 한 명의 체중을 충분히 버팁니다. 문제는 10년 뒤에도 같은 모양으로 같은 체중을 버틸 수 있는지의 여부입니다.
책상 아래로 손을 뻗어 의자의 베이스를 만져보면 두 종류로 나뉩니다. 매끈하고 가벼우며 두드리면 둔탁한 소리가 나는 것, 그리고 서늘하고 묵직하며 두드리면 맑게 울리는 것. 앞은 대개 유리섬유를 섞은 나일론 소재고, 뒤는 알루미늄 다이캐스트입니다. 가구 매장에서는 둘 다 사람 한 명의 체중을 충분히 버팁니다. 문제는 10년 뒤에도 같은 모양으로 같은 체중을 버틸 수 있는지의 여부입니다.
플라스틱에는 크리프(creep)라는 성질이 있습니다. 파단 강도에 한참 못 미치는 하중이라도 오래 걸려 있으면 재료가 아주 천천히 변형되는 현상이지요. 매일 여덟 시간씩 70kg이 실리고, 그 상태로 회전하고, 여름이면 실온이 올라가는 조건은 크리프에 꽤 유리한 환경입니다. 몇 년 지난 의자에서 다리가 미묘하게 벌어지거나 중심봉(실린더) 꽂는 구멍이 헐거워지는 것은 대개 이 때문이고요. 금속은 이 영역에서 훨씬 무던합니다.
프리미엄 체어들은 대개 알루미늄 다이캐스트를 택합니다. 무게나 질감보다도 세월에 대한 저항 때문입니다. 12년에서 15년의 보증을 내걸 수 있는 근거가 바로 재료 선택에 있지요. 보증 연수는 마케팅 문구에 그치지 않습니다. 1년을 늘리면 그만큼의 예상 수리 비용을 미리 잡아야 하고 부품 재고와 금형을 그 햇수만큼 보관해야 합니다. 제조사가 15년을 보증한다는 것은, 해당 브랜드가 자사 의자의 형태가 15년쯤 유지될 것으로 내부적으로 계산했다는 뜻입니다.
같은 논리가 좌판 아래 중심봉에도 적용됩니다. 가스 실린더는 관 두께를 기준으로 1등급부터 4등급까지 나뉩니다. 하루 여덟 시간 이상 쓰이는 환경에서는 3등급이 최소 권장 사양이고, 상위 제품은 대개 최상위인 4등급을 씁니다. 의자가 서서히 내려앉는 그 흔한 고장이 여기서 결정되지요. 눈에 보이지 않고 카탈로그에서도 잘 언급되지 않지만, 몇 년 뒤의 사용감을 좌우하는 부품입니다.
마감재의 프리미엄
알루미늄이 골조의 수명과 연관 있다면, 마감재의 내구성도 중요한 문제입니다. 시디즈 T90 등판에 쓰인 더블라셀은 메시 두 겹 사이에 공기층을 만드는 이중 구조로, 통기성과 함께 장력 유지력을 확보하기 위한 직조 방식입니다. 겉으로는 그냥 '메시'인데, 몇 년 뒤 처지는가 아닌가는 이 구조에서 갈립니다.
좌판 폼도 마찬가지입니다. T90의 울트라 컴포트 폼은 100% MDI 폼에 스쿠핑 기법을 적용해 하중을 분산시키고, 좌판 앞쪽 끝을 부드럽게 떨어뜨리는 워터폴 구조로 허벅지 압박을 줄입니다. 등록특허 제10-2779714호. 앉는 사람이 인지하는 것은 "허벅지 앞쪽이 안 눌린다" 정도의 감각인데, 그 감각 하나를 만드는 데 특허가 붙어 있는 셈이지요.
ㅣ그래서 프리미엄 의자가 정답일까
여기까지 읽었다면 이 글이 "좋은 의자를 사세요"로 끝날 것 같지만, 답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습니다. 닐스 디프리언트가 조절 레버를 없앤 이유는 사람들이 그것을 좀처럼 쓰지 않는다는 관찰이었습니다. 아무리 정교한 조절 축을 달아도 한 번도 만지지 않는다면 없는 것과 같습니다. 조절하지 않은 100만 원짜리 의자가 조절할 필요 없는 30만 원짜리 의자보다 반드시 낫다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더 근본적인 회의도 있습니다. 의자는 오랫동안 몸을 위한 물건이기만 했던 것이 아닙니다. UC버클리 건축학과의 갈렌 크란츠는 1998년 <의자>에서, 왕좌에서 임원실 의자에 이르기까지 의자의 역사를 움직여온 동력은 편안함보다 앉은 사람이 누구인지를 알리는 지위의 표시였다고 주장했습니다. 좋은 의자를 고르는 일에도 그런 성격이 조금은 섞여 있다는 지적이지요. 크란츠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몸의 치수를 재서 의자를 맞추는 접근조차 한계가 있다고 짚었습니다. 앉아 있다는 사실 자체가 인체에 주는 부담은, 그렇게 맞춘 의자로도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이 글에서 살펴본 것들의 대다수는 우리가 도저히 알 수 없는 곳, 오직 시간만이 증명할 수 있는 가치에 놓여 있습니다. 좌판 아래 맞물린 복잡한 기계 장치들, 수십만 번 의자를 젖힌 시험실, 요양 시설의 욕창 연구에서 출발한 발상, 자세가 바뀌는 동안에도 허리에서 떨어지지 않으려는 부품 하나처럼요. 결국 프리미엄 체어 탐구의 결론은 그 가치를 정확하게 이해하자는 것입니다. 하루 두 시간 앉는 사람과 여덟 시간 앉는 사람에게 30만 회의 틸트 내구성은 전혀 다른 의미를 가집니다. 지금 앉아 계신 의자는 무엇을 다르게 하고 있을까요. 그리고 그 차이는 5년 뒤 어떤 모습으로 남아 있을까요?
🪑의자와 앉음에 대한
세상의 모든 지식,
SITTING LAB
시팅랩은 앉음의 의미와 방법을 모색하는
시디즈의 콘텐츠 시리즈입니다.
의자를 매개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는 '체어토크',
의자의 공학적 메커니즘부터
앉음을 둘러싼 흥미로운 논쟁들,
건강하고 효율적인 앉음을 위한 전문가 가이드까지
의자의 공학적 메커니즘부터
앉음을 둘러싼 흥미로운 논쟁들,
건강하고 효율적인 앉음을 위한 전문가 가이드까지
의자와 앉음의 세계를 깊이 탐구해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