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의자는 어디까지 왔을까

친환경 의자는 어디까지 왔을까

친환경 의자는 어디까지 왔을까

폐기물과 균사체 소재, 순환의 설계까지
친환경 의자의 새로운 흐름

버섯을 길러 만든 의자를 직접 보신 적 있나요?
바다에서 건져 올린 그물로 만든 의자는요?

모험적인 친환경 가구들은 오랫동안
뉴스 헤드라인 위에만 머물렀습니다.
혁신의 가능성은 증명했지만
제품 카탈로그에 오르지는 못했지요.
해마다 새로운 소재의 의자가 공개되고
그중 대다수는 양산화에 성공하지 못한 채 조용히 사라졌습니다.


여기, 그 한계를 극복한 여섯 제작자가 있습니다.
폐기물과 식물, 균사체로 만든 의자를
상업 가구 시장에 단단하게 안착시켰죠.
더 건강한 지구를 위하여 이들이 무엇에 도전했고
어떤 대가를 치렀는지 시팅랩이 따라가 봅니다.

 Key Takeaways l 핵심 요약 

01 친환경 원료는 얼마나 다양해졌나
 
친환경 의자의 원료는 자사 공장 부산물과 페트병에서 폐어망, 농업 잔여물, 균사체까지 넓어졌습니다. 특이한 원료를 선택할수록 제조사는 소재만이 아니라 그것을 모으는 수거 체계까지 직접 만들어야 했습니다.

02 재활용 가능과 재활용됨의 차이
 
재활용 가능하다는 표시가 실제 재활용으로 이어지려면 회수 경로가 함께 계획되어야 합니다. 다 쓴 제품을 새 제품으로 순환시키는 구조의 사례들을 살펴봅니다. 

03 바이오 소재의 상업화

헴프와 균사체 의자는 프로토타입 단계를 넘어 사무 가구 카탈로그에 오르고, 상업 공간용 내구성 시험까지 통과했습니다.

04 순환의 조건은 분해

여섯 사례가 빠짐없이 도착하는 결론은 소재가 아니라 분해입니다. 파트별로, 소재별로 잘 떼어낼 수 있어야 퇴비화든 재활용이든 가능해집니다.
  

ㅣ무엇을 바꿔야 친환경 의자가 될까요?


한 대의 의자가 완성되기까지는 우리 생각보다 더 다양한 산업이 관여합니다. 프레임은 플라스틱 공장에서, 중심봉은 제철소에서, 쿠션은 화학 회사에서 제조하지요. 나사와 바퀴는 또 다른 나라에서 컨테이너로 건너오고, 이 모든 부품들이 한 자리에 모인 후에야 비로소 제품이 조립됩니다. 그래서 '친환경 의자'라는 말은 이 긴 사슬의 단 한 지점만 충족해도 일단 성립합니다. 재활용 소재를 쓴 의자도, 재생 에너지로 생산된 의자도, 포장재를 줄인 의자에도 모두 같은 이름이 붙지요.
시팅랩은 오늘 그 사슬 전체를 따라갑니다. 친환경 원료와 제조 방식, 탄소발자국을 최소화한 운송과 버려진 제품의 순환 - 친환경 의자의 조건들을 모두 만족시키는 제품은 여전히 드물지만, 적어도 한 단계에서만큼은 기존의 답을 확실히 깨뜨린 의자들을 모았습니다. 
지금부터 소개할 여섯 제품은 모두 전시장뿐만 아니라 매장과 카탈로그에서도 만날 수 있습니다. 공장 폐기물로 만든 일상 속의 의자, 디자인에 앞서 쓰레기 수거 체계부터 구축한 사무용 의자, 20세기 중반부터 재활용 쓰레기로 제품을 만들어온 브랜드… 친환경 의자의 패러다임을 바꾸기까지, 그들은 이전까지 당연했던 무언가를 포기해야 했습니다. 색을 고를 권리를 타협하거나, 사출 성형의 속도를 늦추기도 했죠. 발견한 해답은 각각 달랐지만, 더 지속가능한 방법을 만드는 일은 단 한번도 쉽지 않았습니다.

ㅣ 절반으로 줄인 재료 : 마지스 벨 체어


콘스탄틴 그리치치 · 이탈리아 · 2020

세계적인 산업 디자이너 콘스탄틴 그리치치는 마지스의 의뢰를 받고 처음에는 망설였습니다. “지금 와서 플라스틱 의자를, 그것도 다리와 좌판이 한 덩어리로 찍혀 나오는 모노블록을 만들자니! 마지스의 제안은 잘못된 프로젝트처럼 보였어요.” 모노블록은 야외 테이블 옆에 쌓이곤 하는 흔한 의자입니다. 진부해보이는 기획 앞에서 그리치치를 돌려세운 것은 마지스가 내민 조건의 구체성이었습니다. 폴리프로필렌 모노블록, 녹인 수지를 금형에 부어 찍어내는 사출 성형 한 번, 그리고 50유로 안팎이라는 가격. “제약을 남김없이 일러주는 파트너와 일할 때, 디자이너는 오히려 확신이 생기는 법이죠.”
마지스는 플라스틱 제조사와 협업해 새 원료를 개발했습니다. 새 원료는 거의 배제한 채, 자사 가구 생산에서 나오는 공정 폐기물과 인근 자동차 산업의 부산물로 재생 폴리프로필렌을 만들어 특허까지 받았지요. 오직 벨 체어만을 위해 발명한, 벨 체어에만 사용되는 소재입니다. 공장에서 나온 쓰레기가 같은 공장의 제품으로 돌아오니, 마지스의 표현대로 ‘닫힌 물질 순환’에 가깝지요.
재생 수지는 새 원료만큼 균일하지 않았고, 재료를 아낄수록 제품의 퀄리티는 떨어질 수 있습니다. 그리치치가 찾은 답은 형태였습니다. 둥글게 부푼 프레임이 외피인 동시에 구조가 되도록 만들어, 최소한의 재료로 강도를 확보했습니다. 그리치치는 벨 체어의 절묘한 형태를 두고 “달걀 껍데기에 C자 다리 네 개가 붙은 물건”이라고 묘사했습니다. 의자 한 대의 무게는 2.7킬로그램, 일반 플라스틱 의자의 절반 남짓이고, 금형에서 한 대가 빠져나오는 데 1분이 채 걸리지 않습니다.

벨 체어의 또 다른 목표는 ‘사람들이 쉽게 구입하고 접근할 수 있는 친환경 의자’였지요. 녹이고 식힐 재료가 적으니 제조 시간이 함께 줄고, 그만큼 원가를 내릴 수 있었습니다. 물류 쪽 사정도 마찬가지입니다. 벨 체어 의자는 동일한 재생 플라스틱으로 제작한 재사용 팔레트에 12개씩 실려 나가고, 매장에 도착한 후엔 팔레트에 담긴 그대로 진열할 수 있습니다. ‘팔레트에는 정해진 크기가 있다’는 사실을 하나의 설계 조건으로 받아들인 결과입니다. 의자의 치수와 쌓이는 높이를 팔레트에 맞춰야 운송과 진열까지 한 번에 풀리기 때문입니다. 그리치치가 어느 인터뷰에서 이야기했듯, “의자를 디자인하는 일은 형태를 그리는 데서 끝나지” 않습니다. 
그리치치는 벨 체어가 완전한 해답이라고 말하지 않습니다. 마지스가 소유한 두 공장에서 내놓는 폐기물 양에 따라 원료의 공급량은 달라지고, 의자의 컬러 또한 재생 수지로 구현할 수 있는 세 가지 색상 뿐입니다. 그럼에도 그의 기준은 확고했습니다. "몇 년 만에 버려지지 않는 의자를 디자인하려고 했지요." 그의 말처럼, 벨 체어는 부담스럽지 않은 가격의 가벼운, 그러나 오래 사용할 수 있는 제품입니다. 수명이 짧은 물건이야말로 친환경의 가장 큰 적이니까요. 

ㅣ순환이 존재 이유인 의자 : 에메코 온&온


바버 오스거비 · 미국 · 2019

벨 체어가 공장 안에서 원료를 수급했다면, 에메코는 공장 밖에서 쓰레기를 모았습니다. 그 전통은 80년 전부터 시작되었죠. 에메코의 1006 네이비 체어는 2차 세계대전 중 미국 전역에서 수집한 고철로 제작한 해군 잠수함용 의자였습니다. 2006년에는 코카콜라와 함께 폐페트병을 가구 소재로 바꾸는 프로젝트를 시작했고 4년 후 111 네이비 체어를 출시했습니다. 에메코의 유서 깊은 재활용 역사에서 가장 새로운 지점이 바로  2019년에 발표한 온&온입니다. 
에메코는 온&온 개발을 위해 바버 오스거비와 협업했습니다. 2012년 런던 올림픽 성화봉을 디자인한 영국의 2인조 디자인 듀오였죠. 에메코는 이들에게 ‘고전적 카페 체어의 다음 세대가 될 재활용 의자’를 주문했습니다. 바버 오거스비는 20세기 초 이래 ‘카페 의자의 상징’이 된 벤트우드 체어를 디자인에 참고하여 좌판을 둥글게 다듬었습니다. 온&온의 좌판을 나선형으로 겹쳐 쌓으면 같은 높이에 더 많은 의자가 적층되고, 그만큼 운송 단계의 탄소 배출이 줄어듭니다. 친환경적 운송을 위하여 가능한 한 적은 재료를 써서 의자를 가볍게 만들기도 했습니다.

온&온의 배합표는 숨김없이 공개되어 있습니다. 음료 페트병을 녹여 만든 재생 페트 70퍼센트, 유리섬유 20퍼센트, 무독성 안료 10퍼센트. 페트병만으로는 다이닝 체어에 요구하는 강도가 나오지 않아, 보강재로 유리섬유를 섞어야 했죠. 그래서 온&온은 일반 페트의 재활용 흐름으로 순환시킬 수 없습니다. 결국 이 의자를 다시 의자로 만들 수 있는 곳은 에메코의 공장뿐이라는 뜻입니다. 
그래서 온&온의 제조 과정에서 회수는 필수 조건입니다. 폐쇄 순환의 목표로서, 에메코는 수명이 끝난 의자를 돌려받아 같은 계열의 새 의자로 만드는 ‘체어-투-체어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아직은 본격적으로 운영되기 전이라, 체어-투-체어 프로그램은 브랜드가 약속한 방향일 뿐입니다. 그러나 오랫동안 폐기물을 의자의 원료로 써온 브랜드가, 이제는 다 쓴 의자를 되돌려받는 일까지 책임지려 한다는 점은 눈여겨볼 만합니다. 재활용할 수 있다는 표시와 실제로 재활용되는 것 사이의 간극을 브랜드가 직접 메우겠다는 시도이니까요.

ㅣ 쓰레기 수거에서 시작된 소재 : 휴먼스케일 스마트오션


미국 · 부레오 협업 · 2018

칠레 남부의 작은 어촌에서 낡은 그물 한 장을 처분하는 일은 무척 번거롭습니다. 매립지는 대개 사유지라 비용이 들고, 그곳까지 실어 나를 트럭도 따로 불러야 합니다. 그래서 그물은 종종 바다에 남겨지지요. “이건 칠레만의 상황이 아니에요.” 친환경 솔루션 브랜드 부레오의 공동 창업자 벤 크네퍼스의 이야기입니다. “약간의 편리함을 추구하다가 상황이 이렇게 되었다는 것을 우리 모두 인정합니다.”
남겨진 것들은 쉽게 사라지지 않습니다. 나일론으로 짠 그물은 바닷속에서 수십 년을 버티니까요. 어부 없이도 물고기와 바다거북을 포획하고, 그물에 걸린 사체가 다시 다른 바다생물을 끌어들이지요. 주인 없는 어구가 계속 조업을 하는 셈이라 ‘유령 어업’이라고도 부릅니다. 휴먼스케일 창업자 로버트 킹은 어망이 오늘날 해양 플라스틱 오염의 약 10퍼센트를 차지한다고 말합니다.
2013년 부레오가 개발한 것은 소재가 아니라 수거 체계였습니다. 어촌 세 곳에 자루를 두고, 모인 그물의 무게만큼 어민 조직에 값을 치릅니다. 조직의 수익을 조합원에게 분배하는 선순환 덕에 첫 6개월만에 3톤이 모였습니다. 그러나 공동 창업자 데이비드 스토버는 이 시스템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재활용이 잘 운영되기 위해서는 제품의 구상이 필요했지요.

수거한 그물은 세척과 분쇄를 거쳐 작은 플라스틱 알갱이, 펠릿이 됩니다. 처음엔 스케이트보드 원료로 각광받았고, 선글라스를 제조하는 데도 사용되었죠. 2018년 드디어 펠릿을 채택한 의자 스마트오션이 등장했습니다. 휴먼스케일의 대표작 중 하나였던 디프리언트 스마트를 개조하며, 휴먼스케일은 제품 하나당 펠릿 900그램을 투입했습니다. 의자 전체 무게를 떠올린다면, 재활용 소재의 비중이 너무 적어 보일 수도 있습니다. 여기에는 이유가 있죠. 사무용 의자는 메커니즘과 중심봉, 메쉬, 베이스가 저마다 다른 조건을 요구하기 때문에, 재생 소재를 사용할 수 있는 부위가 아직은 한정적입니다. 예를 들어 디프리언트 스마트의 핵심 기술 중 하나가 ‘형상 감지 메쉬’였기 때문에, 스마트오션의 메쉬 역시 원형 모델을 계승해야 했습니다. 그러나 펠릿 사용 이외에도 스마트오션은 다양한 방식으로 친환경을 고려한 제품입니다. 베이스는 100퍼센트 재생 알루미늄이죠. 부품 교체와 유지보수가 가능한 모듈 방식 또한 의자의 수명 연장에 기여합니다. 
바다로 흘러갈 플라스틱을 참여 기업의 공급망으로 돌려놓자는 국제 연합 넥스트웨이브에는 델과 허먼 밀러를 비롯한 기업들이 이름을 올렸습니다. 스마트오션은 그 단체에서 실제로 출시한 첫 제품, 즉 선언이 제품으로 완성되어 매장에 도착한 첫 사례였습니다. 의자 한 대에 들어간 900그램은 작지만 큰 한 걸음이었습니다. 이 한 걸음을 위해 휴먼스케일은 지구 반대편 어촌의 쓰레기 수거장에 수년간 관여해야 했고요. 

ㅣ농업 폐기물, 사무 가구 카탈로그에 오르다 : 베파 헴프 체어


플랜틱스 협업 · 네덜란드 · 2020

이 의자의 소재는 의자를 만들려다 나온 것이 아닙니다. 플랜틱스는 2014년 암스테르담대 연구실에서 출발한 스타트업으로, 원래는 생물 폐기물에서 바이오연료를 찾던 팀이었습니다. 그런데 연구 도중 우연히 만들어진 끈적한 물질이 뜻밖의 수확이었습니다. 식물에서 얻었는데도 한번 굳으면 열을 가해도 다시 물러지지 않는, 단단한 수지였던 것이지요.
이 발견이 왜 중요할까요? 식물 섬유로 만든 가구도 대개 그 섬유를 붙드는 접착제만큼은 석유에서 가져옵니다. 플랜틱스의 수지는 그 마지막 석유 성분까지 식물로 바꿀 수 있는 재료였습니다. 한편, 이런 소재를 애타게 찾고 있던 회사가 있었습니다. 1951년에 설립돼 사무 가구를 직접 생산해온 네덜란드 가족기업 베파입니다. “우리는 친환경 의자 생산을 위해, 원료와 결합제가 모두 유기물인 바이오 소재를 수년째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두 회사는 이 소재를 양산 가능한 셸로 개발하는 데 2년을 썼습니다. 제조 과정은 농업에 가깝습니다. 헴프를 수확해 섬유를 분리하고 빗어내면 두툼한 갈색 매트가 나옵니다. 거기에 사탕무 가공 잔여물 같은 식물 원료로 만든 바인더를 더해 압착하면 좌판 셸이 되지요. 마감은 아마씨유로 진행하는데, 의자를 위해 따로 기르는 대신 남은 작물에서 추출한다는 점도 중요합니다. 스틸 프레임이 배출을 더해 전체적으로는 저탄소 가구지만, 헴프가 흡수한 이산화탄소 덕에 셸 파트는 탄소 네거티브로 분류됩니다.

완성된 셸에는 흔치 않은 성질이 하나 있습니다. 분쇄한 후 다시 압착하면 같은 품질의 소재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재료나 화학 첨가물을 더하지 않아도, 셸이 다시 셸로 되살아나는 셈이지요. 게다가 의자는 부품별로 분리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습니다. 셸을 떼어내 회수한 후 새 제품에 사용하거나 퇴비화할 수 있고, 프레임은 산림 인증을 받은 목재나 재활용 강철로 만들어 따로 재활용합니다.
헴프 체어는 전시장의 콘셉트 모델이 아니라 의자 카탈로그에 올라 소비자에게 팔립니다. 대신 이 의자를 주문하는 사람은 선택지 하나를 포기해야 합니다. 셸의 색과 질감을 디자이너도 구매자도 아닌 소재가 정하기 때문입니다. 손에 닿는 갈색과 섬유의 결은 마감이 아니라 원료의 생김새 그 자체이고, 그래서 모든 의자가 조금씩 다릅니다.

Note on the Chair 01
저탄소와 탄소 네거티브, 어떻게 다를까요?


의자 한 대가 만들어지기까지는 이산화탄소가 배출됩니다. 재료를 가공할 때도, 공장을 돌릴 때도, 매장까지 실어 나를 때도요. 그런데 재료가 식물이라면 이야기가 조금 달라집니다. 헴프는 밭에서 자라는 동안 공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빨아들이기 때문에, 그만큼은 미리 덜어낸 셈이 되지요.
저탄소와 탄소 네거티브는 이 계산의 결과로 나뉩니다. 더한 쪽과 뺀 쪽을 계산한 후, 0을 기준으로 생각하면 됩니다. 배출이 남지만 기존 제품보다 적다면 저탄소, 흡수한 양이 더 많아 셈이 마이너스로 끝나면 탄소 네거티브입니다. 베파 헴프 체어의 경우, 셸 파트만 따로 계산하면 마이너스, 즉 탄소 네거티브라 부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스틸 프레임이 더해지면서 완성품은 저탄소 가구로 구분됩니다.

ㅣ균사체 의자, 안전 시험을 통과하다 : 아이풍기 배넷 체어


디자인 브랜드 · 네덜란드 · 2025

아이풍기의 창립자 네 사람은 네덜란드의 명품 가구 브랜드 모오이에서 만났습니다. 제품 디자이너이자 개발자였던 바트 스힐더르와 그의 배우자 마레이어 스힐더르, 같은 회사 출신인 미힐 헤뤼크와 모 아우라헤가 2024년에 아이풍기를 세웠지요. 이들이 쓰는 소재는 균사체가 헴프를 먹고 자라면서 섬유를 묶는 방식으로 만들어집니다. 느슨한 섬유가 몰드 안에서 일주일쯤 자라면 스펀지 같은 상태를 거쳐 단단해지고, 적절한 시점에서 가열 건조로 성장을 멈춥니다. 균사체가 스스로 섬유를 엮어주기 때문에, 형태를 붙들기 위한 플라스틱 접착제도 필요 없습니다. 생산은 자매 회사 그로우몰딩이 네덜란드에 세운 자체 시설에서 맡습니다.
2025년 6월 코펜하겐에서 공개한 첫번째 컬렉션은 의자와 테이블, 조명 열 점이었습니다. 그중에서도 배넷 체어는 특별한 의미를 가집니다. 이전까지 균사체 가구는 대부분 한 점짜리이거나 소량 생산이었는데, 배넷 체어는 연간 1200점까지 생산량을 늘렸습니다. 또한 균사체 의자 중 최초로 유럽 가구 안전 규격 EN 16139의 ‘계약가구용 좌석 시험 레벨1’을 통과하기도 했지요. 계약가구란 호텔이나 식당, 사무실처럼 불특정 다수가 하루 종일 쓰는 공간에 납품되는 가구를 말합니다. 갤러리에 진열되는 프로토타입을 넘어, 균사체 가구가 점차 상업 가구의 단계로 진입하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Mini Interview


with 아이풍기 공동 창업자 바트 스힐더르 · 마레이어 스힐더르

재생 소재가 아니라 균사체를 고른 이유는 무엇인가요?
바트 모오이에서 14년을 일했습니다. 제품 디자이너이자 개발자로 보낸 시간이었고 지금도 좋은 경험이었다고 생각해요. 다만 저희가 만든 가구가 버려진 뒤에 어떻게 되는지가 늘 마음에 걸렸습니다. 가구는 대개 플라스틱으로 찍어내고, 화학 코팅한 나사와 스테이플로 고정하고, 폴리에스터 실로 박습니다. 버려지면 그중 무엇도 자연으로 돌아가지 않아요. 한번 눈에 들어오고 나니 다시는 모른 척할 수가 없더군요.
마레이어 재생 소재를 쓰는 것도, 오래 쓰도록 만드는 것도 중요합니다. 다만 재생 플라스틱은 여전히 플라스틱입니다. 저희는 애초에 플라스틱이 들어가지 않는 쪽을 찾고 싶었어요. 사실 저는 디자인을 하던 사람이 아니에요. 10년 동안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을 했지요. 그래서 아주 단순한 질문을 많이 던졌어요. 이건 어떻게 자라나요? 얼마나 걸리죠? 똑같은 걸 두 번 만들 수 있나요? 그 질문들이 결국 소재 연구로 이어졌습니다.
바트 균사체는 깎거나 붙이거나 사출하는 대신 형태를 길러내는 소재입니다. 물론 한계도 분명해요. 공장이라기보다 공방에 가까운 공정이라 손이 많이 가고, 한 점마다 자랄 시간이 필요하니 사출 성형의 속도를 따라갈 수 없습니다. 표면도 그대로 두면 약해서 광물 성분의 도료나 생분해 수지를 덧발라야 하고요.

소재 하나만 바꾸면 되는 일이었나요?
바트 아니었습니다. 그게 가장 큰 교훈이었어요. 균사체로 뼈대를 만들어놓고 그 위를 폴리우레탄 폼과 폴리에스터 천, 플라스틱 코팅 스테이플로 덮으면 문제를 절반만 푼 셈이니까요. 그래서 배넷은 부품을 하나씩 전부 다시 들여다봤습니다. 이 부품은 자연으로 돌아가거나 온전히 회수될 수 있는가, 석유에서 온 플라스틱이 섞여 있지는 않은가, 그러면서도 제 역할을 하는가. 폼이며 실이며 나사며, 업계가 당연하게 여기고 넘어가던 것들이 전부 다시 풀어야 할 숙제가 됐습니다.
마레이어 쿠션은 노르웨이에서 해조류로 만든 폼을 씁니다. 석유가 전혀 들어가지 않은 소재예요. 겉감은 쐐기풀과 헴프, 아마 섬유로 짠 식물성 인조 모피고요. 박음질은 폴리에스터 대신 면실로 하고, 나사와 못은 스테인리스나 황동을 씁니다. 값이 나가는 금속이라 어느 나라에서든 재활용되거든요.

친환경이라는 목표가 좋은 가구의 조건과 부딪친 적은 없나요?
바트 늘 부딪칩니다. 그 줄다리기가 저희 일의 본질이라고 생각해요. 앉기 불편하거나 2년 만에 부서지는 의자는 친환경일 수 없습니다. 결국 버려질 테니까요.
마레이어 배넷에서 가장 애를 먹은 건 강도였습니다. 식탁 의자는 사람이 뒤로 기대고, 앉은 채 몸을 비틀고, 바닥에 끌면서 쓰는 물건이에요. 그 힘을 보강재 하나 없이 천연 소재만으로 버텨야 했습니다. 셸의 곡면과 두께, 굳히는 공정을 수없이 고쳐가며 맞춘 끝에 시험을 통과했지요. 편안함은 그다음 문제였는데, 폴리우레탄 폼을 해조류 폼으로 바꾸면서 오히려 분명해진 게 있어요. 편안함은 형태에서 먼저 오고, 쿠션은 그다음이라는 것이죠.

수명이 끝나면 자연으로 돌아간다는 게 실제로 어떤 의미인가요?
마레이어 배넷은 몇 개의 단순한 부품으로 떨어집니다. 균사체 몸체는 퇴비가 되고, 해조류 폼은 흙에서 분해되고, 천은 종류에 따라 섬유로 재활용하거나 역시 퇴비로 갑니다. 면실은 천과 함께 분해되고, 금속 부품은 떼어내 재활용하면 되고요. 뜯어내야 하는 게 아니라 저절로 나뉘도록 만들었습니다. 아무리 좋은 소재라도 플라스틱에 붙어 있거나 스테이플 뒤에 숨어 있으면 분해되지 않으니까요.
바트 퇴비가 될 수 있다는 것과 실제로 퇴비가 된다는 것은 다른 이야기입니다. 쓰는 사람이 어떻게 버려야 하는지 알아야 하고, 그걸 받아줄 시설도 있어야 해요. 거기까지가 저희 몫이라고 봅니다. 그래서 부품마다 어떤 소재인지 표시를 남기려고 합니다.

균사체로 사무용 의자도 만들 수 있을까요?
바트 가능하다고 보고, 어떤 면에서는 이미 시작했습니다. 배넷에 회전 의자 버전을 내놓았으니 저희 소재가 움직이는 부품과 맞물려도 괜찮다는 건 보여준 셈이지요. 테이블 다리나 칸막이 패널, 흡음재처럼 가만히 하중만 받는 부위라면 지금 기술로도 충분합니다.
마레이어 다만 사무용 작업의자는 다른 이야기입니다. 두께가 어느 정도 확보돼야 하고, 모서리나 손이 자주 닿는 부분은 마모가 심해서 마감이 아주 질겨야 해요. 기술적으로 못 할 일은 아닙니다. 문제는 사무 가구 시장이 정해진 가격 안에서 석유계 소재가 내는 성능을 기준으로 굴러간다는 거예요. 그 기준과 제도가 바뀌지 않으면 천연 소재는 자리를 잡기 어렵습니다. 저희가 이 시장을 주력으로 삼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고요.
바트 그래도 길이 있다면 하이브리드일 겁니다. 셸이나 베이스 커버처럼 움직이지 않는 부분은 헴프와 균사체로 만들고, 기계 부품은 완전히 분리되게 설계해 수리하거나 금속으로 재활용하는 방식이지요. 10년 전만 해도 버섯으로 만든 의자에 사람이 앉는다는 걸 아무도 믿지 않았습니다. 지금은 계약가구 시험을 통과했고요.
Note on the Chair 02
균사체 소재란 무엇일까요?

균사체는 버섯의 뿌리에 해당하는 실 같은 조직입니다. 
땅속이나 썩은 나무 안에서 그물처럼 퍼지며 자라는데, 이 성질을 이용해 버려지던 농업 부산물을 묶어 굳힌 것이 균사체 복합재입니다. 
2007년 처음 소재가 개발되었던 무렵의 쓰임새는 스티로폼의 대체재였죠. 델이나 이케아 등 글로벌 기업이 제품 포장에 사용했습니다. 2014년에는 뉴욕 현대미술관 PS1 마당에 균사체 벽돌 1만 개로 쌓은 탑이 섰는데, 전시가 끝나자 벽돌은 퇴비가 되어 동네 텃밭으로 돌아갔습니다. 최근에는 '버섯 가죽'이라는 이름으로 패션에도 쓰이고 있습니다. 가구 분야에서는 2013년 네덜란드 디자이너 에릭 클라렌베이크가 균사체로 의자를 만든 것이 출발점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뒤로 10여 년간 균사체 의자는 미술관과 전시장의 작품으로만 머물렀습니다. 
균사체가 친환경 바이오 소재로 분류되는 이유는 세 가지입니다. 이전까지 쓸모 없던 부산물을 원료로 쓴다는 점, 상온에서 일주일이면 자라 높은 열이나 압력이 필요 없다는 점, 그리고 다 쓰면 퇴비로 쓸 수 있다는 점이지요.

ㅣ지구를 위해 금형을 버린 의자 : 더크 판데르 코이


더크 판데르 코이, 네덜란드, 2010~ 

네덜란드 디자이너 더크 판데르 코이의 작업실 한가운데 중고 산업용 로봇이 서 있습니다. 중국의 공장 라인에서 쓰이다 퇴역할 때가 된 기계를 들여와 1년에 걸쳐 다시 프로그래밍했습니다. 이 로봇은 녹인 플라스틱을 한 가닥의 줄로 뽑아내며 층층이 쌓아 올립니다. 원료는 폐냉장고 내장재, 케이크에 크림을 짜 올리는 듯한 동작이 3시간 반복되면, 한 대의 의자가 완성됩니다. 2010년 네덜란드 아인트호벤 디자인 아카데미 졸업 연구에서 시작된 이 방식에는 금형이 없고, 그 사실 하나가 많은 것을 바꿔놓았습니다.
금형이 없으면 모양을 고치는 데 돈이 들지 않습니다. 엔드리스 플로 로킹 체어가 앉았을 때 편안해질 때까지 54번의 모델을 거친 것도, 실패한 시제품이 그대로 다음 의자의 원료가 되는 것도 금형 앞에서는 불가능한 일이지요. 대신 표면은 매끈해지지 않습니다. 재료가 지나간 흔적이 그대로 남고, 그때그때 들어오는 폐플라스틱에 따라 색과 광택이 달라집니다.
대부분의 브랜드가 재생 소재를 티 나지 않게 쓰려 할 때, 더크 판데르 코이는 반대쪽을 택했습니다. 편차를 제품 안내에 그대로 적어두는 것이죠. “재생 플라스틱의 가장 좋은 점은 소재가 역사를 갖고 있다는  거죠. 재료가 지나온 시간이 눈에 보이고, 색에 음영이 생기고, 그래서 모든 의자가 고유해집니다.” 그의 논리는 나무 가구마다 결이 다른 것을 결함이라 부르지 않는 것과 같습니다. 

그의 태도는 기업보다 아티스트에 가깝고, 의자 또한 공예품의 영역에 속합니다. 더크 판데르 코이는 이 의자의 생산 방식이 효율적이지 않다는 것을 인정합니다. 첫 의자를 완성하는 데 18개월이 걸렸으니까요. 그는 어느 인터뷰에서 냉정하게 말했습니다. “재생 플라스틱을 사용하는 것이 복원된 앤티크만큼 환경에 좋을 수는 없어요.” 더크 판데르 코이는 예술가로서 의자의 수명과 그 의미를 고민합니다. ‘이 의자는 여기 쓰인 자원에 값하는 영구적인 쓰임인가?’
그 철학을 지키는 대가로 그가 포기한 것은 규모와 속도입니다. 마지스가 금형과 대량생산으로 순환의 경제성을 만들어냈다면, 이 스튜디오는 금형을 버리면서 그 경제성을 포기했습니다. 코이의 의자가 미술관과 컬렉터의 선반에 놓이는 것도 그 때문이지요. 엔드리스 플로 로킹 체어는 뉴욕 현대미술관 소장품이 되었고, 그의 작업은 퐁피두 센터와 암스테르담 스테델릭 미술관에도 들어가 있습니다.

친환경 의자의 현재진행형

사례
연도
원료
친환경 방식
감수한 제약
키워드
마지스 벨 체어
2020
자사·인근 공장 폐기물
재료를 절반으로 줄인 프레임
원료가 공장 생산량에 묶임, 색 제한
재활용 소재
에메코 On & On
2019
폐페트병 (rPET 70%)
회수 후 재생을 전제로 한 설계
유리섬유 혼합, 단일 소재 포기
재활용 소재
휴먼스케일 스마트오션
2018
칠레산 폐어망
원료 수거 체계를 직접 구축
적용 부위 한정 (약 900g)
재활용 소재
베파 헴프 체어
2020
헴프 잔여 섬유 + 식물성 수지
셸을 분쇄해 같은 셸로 재생
색과 질감을 소재가 정함
바이오 소재
아이풍기 배넷 체어
2025
균사체 + 헴프
전 부품을 분해 가능하게 설계
사출 성형의 속도 포기
바이오 소재
코이 엔드리스 플로 로킹 체어
2010~
폐냉장고 플라스틱
금형 없는 적층 생산
대량생산의 경제성 포기
제조 방식


사례
연도
원료
친환경 방식
감수한 제약
키워드
마지스 벨 체어
2020
자사·인근 공장 폐기물
재료를 절반으로 줄인 프레임
원료가 공장 생산량에 묶임, 색 제한
재활용 소재
에메코 On & On
2019
폐페트병 (rPET 70%)
회수 후 재생을 전제로 한 설계
유리섬유 혼합, 단일 소재 포기
재활용 소재
휴먼스케일 스마트오션
2018
칠레산 폐어망
원료 수거 체계를 직접 구축
적용 부위 한정 (약 900g)
재활용 소재
베파 헴프 체어
2020
헴프 잔여 섬유 + 식물성 수지
셸을 분쇄해 같은 셸로 재생
색과 질감을 소재가 정함
바이오 소재
아이풍기 배넷 체어
2025
균사체 + 헴프
전 부품을 분해 가능하게 설계
사출 성형의 속도 포기
바이오 소재
코이 엔드리스 플로 로킹 체어
2010~
폐냉장고 플라스틱
금형 없는 적층 생산
대량생산의 경제성 포기
제조 방식
여섯 개 의자가 찾은 답은 때로 정반대입니다. 한쪽은 금형과 대량생산으로 순환의 경제성을 만들었고, 다른 한쪽은 금형을 버리며 그 경제성을 내주었습니다. 하지만 모두 마지막에는 같은 질문에 도달합니다. “이 의자는 분해되거나 재사용될 수 있는가?”
균사체 몸체도 스테이플이 박혀 있으면 퇴비가 되지 못하고, 재생 페트 프레임도 회수 경로가 없으면 소각장으로 갑니다. 소재를 바꾸는 일이 절반이고, 나머지 절반은 나사와 이음매처럼 사진에 잘 찍히지 않는 것들이 결정합니다. 친환경 의자가 어디까지 왔는지를 묻는 질문의 답이 소재 목록이 아니라 분해 설명서 쪽에 있을지도 모르는 이유입니다.
Note on the Chair 03
한국의 친환경 의자, 어디까지 왔을까


분해 가능성을 설계 조건으로 삼는 시도는 국내에서도 진행 중입니다. 시디즈는 식탁 의자 PLIT에서 등판과 좌판, 다리를 각각 분해할 수 있도록 설계했습니다. 사용하는 동안에는 필요한 부위만 관리하고, 버릴 때는 소재별로 분리하여 배출할 수 있습니다. 의자의 형태는 단아하지만, 개발 과정은 쉽지 않았습니다. PLIT이 부딪힌 문제 또한 앞서 살펴본 사례들과 흡사했지요. 바로, 분리가 쉽도록 설계하면 체결과 내구성이 약해지고, 체결을 강화하면 분리와 순환이 어려워진다는 문제였습니다. 
더 자세한 내용을 <의자의 일생 : 시디즈가 설계하는 지속가능한 순환>에서 확인해보세요. 


🪑사용자의 질문에서 시작하는
앉음의 탐구 SITTING LAB
​
​
​시팅랩은 앉음의 의미와 방법을 모색하는
시디즈의 콘텐츠 시리즈입니다.
의자를 매개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는 '체어토크',
의자의 공학적 메커니즘부터
앉음을 둘러싼 흥미로운 논쟁들,
건강하고 효율적인 앉음을 위한 
전문가 가이드까지
의자와 앉음의 세계를 깊이 탐구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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