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움과 기능 사이에서
가끔은 갈등하고 때로는 격려하며,
T60을 탄생시킨 디자이너와 엔지니어들의
의자 개발 이야기.
예쁜데 편하지 않거나, 편한데 예쁘지 않거나.
양립할 수 없는 가치의 무한 굴레 속에서
집안에 들일 사무용 의자를 좀처럼
고르지 못하는 분들이 제법 있을 겁니다.
예쁘면서도 편한 의자는 결국 존재할 수 없는 것일지,
사무용 체어를 개발하는 두 축인 디자이너와 엔지니어를
한 자리에 모아 물어보았습니다.
4년 동안 하나의 의자를 함께 만든 이들이 생각하는
예쁜 의자와 편한 의자 사이에는
좋은 의자에 대한 기준이 담겨 있습니다.
양립할 수 없는 가치의 무한 굴레 속에서
집안에 들일 사무용 의자를 좀처럼
고르지 못하는 분들이 제법 있을 겁니다.
예쁘면서도 편한 의자는 결국 존재할 수 없는 것일지,
사무용 체어를 개발하는 두 축인 디자이너와 엔지니어를
한 자리에 모아 물어보았습니다.
4년 동안 하나의 의자를 함께 만든 이들이 생각하는
예쁜 의자와 편한 의자 사이에는
좋은 의자에 대한 기준이 담겨 있습니다.
Contents l 의자 디자이너와 엔지니어의 제작기
1. 어떤 의자가 예쁘고 편안한 걸까?
의자 디자이너와 엔지니어가 정의하는
예쁨과 편안함의 기준
예쁨과 편안함의 기준
2. 편안하면서 예쁜 의자는 가능할까?
편안함과 예쁨이 공존할 수 없는
결정적인 이유와 합의점
결정적인 이유와 합의점
3. 좋은 의자의 기준은 무엇일까?
의자 디자이너와 엔지니어가 꿈꾸는 드림 체어
CHAIR TALKERS
시디즈 의자개발팀 고태진, 정규식, 조성준
T60 시리즈의 기능을 개발하고 구현하는 역할을 맡았습니다. 16년차 기계공학 엔지니어 고태진은 시디즈 대표 제품군의 탄생에 함께 했습니다. 기구 설계 및 구조 해석 전문가인 정규식은 T60 시리즈 개발의 PM으로서 프로젝트를 이끌었습니다. 조성준은 11년 경력의 제품 설계 전문가로서 퍼시스와 시디즈에서 출시된 다양한 제품들의 기능과 구조를 만들어왔습니다.
시디즈 의자디자인팀 이아름
산업디자인을 전공한 이아름은 T60 시리즈의 형태적 심미성과 설계를 고려하여 디자인 전반을 담당했습니다.
시디즈 의자개발팀 고태진, 정규식, 조성준
T60 시리즈의 기능을 개발하고 구현하는 역할을 맡았습니다. 16년차 기계공학 엔지니어 고태진은 시디즈 대표 제품군의 탄생에 함께 했습니다. 기구 설계 및 구조 해석 전문가인 정규식은 T60 시리즈 개발의 PM으로서 프로젝트를 이끌었습니다. 조성준은 11년 경력의 제품 설계 전문가로서 퍼시스와 시디즈에서 출시된 다양한 제품들의 기능과 구조를 만들어왔습니다.
시디즈 의자디자인팀 이아름
산업디자인을 전공한 이아름은 T60 시리즈의 형태적 심미성과 설계를 고려하여 디자인 전반을 담당했습니다.
ㅣ의자는 어떻게 만들어질까?
이야기에 앞서 하나의 의자가 만들어지는 프로세스를 설명해주세요. 그 과정 속에서 디자인팀과 개발팀은 각자 어떤 역할을 맡나요?
고태진 개발팀을 대표해 제가 설명하겠습니다. 우선 기획팀에서 의자를 기획하고, 그에 맞춰 디자인팀이 디자인 시안 작업 후 최종 선택한 시안으로 디자인 목업을 만들어요. 그런 뒤 엔지니어들이 넘겨 받아 설계를 하고, 사람이 실제로 앉아볼 수 있는 워킹목업으로 제작합니다. 여러 부서에서 테스트해보면서 몇 번의 수정 단계를 거치면 금형 개발 단계로 넘어가요. 금형 제작, 시제품 제작, 강도 및 내구성 검증, 품질 육성 등 가장 어렵고 많은 시간이 필요한 단계예요. 이런 과정이 끝나야 비로소 출시가 보이는 셈이에요. 아주 간략하게 설명했지만 모든 단계마다 테스트, 피드백, 수정 등의 과정을 거치게 되어요.
이아름 저는 디자이너이지만 사무용 의자는 기능적인 면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디자인 목업이 나오기 전에 디자인팀과 개발팀 사이에 여러 의견이 오가게 되어요. 워킹목업이 나오는 과정도 비슷하고요. 저희가 함께 참여한 T60은 개발 기간만 무려 4년이 걸렸어요.
적지 않은 시간을 하나의 의자에 투자했는데요. T60 개발은 왜 오래 걸렸나요?
정규식 T60 개발의 PM 역할을 맡아 프로젝트를 이끌었는데요. 처음부터 T60은 전작인 T50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편함을 개선하는 데 가장 큰 목적을 두고 시작했어요. 그러면서도 사무실 뿐만 아니라 가정에서 사용할 수 있는 의자를 만들고자 했기에 디자인적으로도 아름다워야 했고요. 두 가지를 모두 잡으려다 보니 테스트도 굉장히 많이 했고 그만큼 수정도 잦았어요. 심지어 금형 제작을 하고 나서 럼버서포트의 전체 디자인과 작동 방식을 수정하기도 했고, 최초 기획안에 없었던 메쉬 좌판을 함께 출시하기 위해 급하게 개발을 하기도 했습니다.
조성준 제가 럼버 개발을 담당했는데요. 제가 이 프로젝트에 합류하기 전까지 전임자가 금형 제작까지 완료한 럼버서포트가 있었어요. 기존에 없던 새로운 콘셉트의 럼버였지만 현실적인 이유로 디자인부터 개발까지 다시 하게 되었어요. 기존 T50은 요추가 불편하다는 평이 많았기에 T60에는 럼버에 깊이와 높이 조절 기능이 포함되어 있어야 했고, 착좌감도 개선되어야 했어요. 세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서 많은 시간이 소요되었지만, 결과적으로 만족스러운 럼버서포트를 완성할 수 있었습니다.
ㅣ편안한데 예쁠 수 있을까?
예쁨과 편안함 모두 사람마다 다른 기준을 가지고 있는 단어입니다. 각자 예쁜 의자와 편한 의자를 어떻게 정의하시나요?
이아름 디자이너인 제 기준에서 예쁜 의자는 어느 공간에 두어도 이질감 없이 주변 인테리어와 잘 어우러지는 의자예요. 편한 의자는 다양한 자세를 잘 서포트해주어, 오래 앉아있어도 불편한 데가 없는 의자라고 생각하고요.
조성준 예쁨은 음식의 맛처럼 주관적이기에, 내 취향에 맞는 것이라고밖에 설명을 못하겠어요. 반면 엔지니어로서 편한 의자는 몸을 단단하게 받쳐주는 것이라는 기준이 분명하게 있어요. 예를 들어 등판이 낭창거리면 앉아 있을 때 등판이 부러질 것 같아 불안하거든요. 안정감도 편한 의자의 중요한 요소예요.
정규식 개인적으로 기존에 보지 못한 디자인을 보면, 예쁜 의자라고 받아들입니다. 편한 의자는 제 큰 체격을 감당하는 의자라 할 수 있어요. 어떤 자세를 취해도 모두 받아주는 넉넉한 의자요.
고태진 예쁜 의자는 보자마자 ‘가지고 싶다’는 끌림이 드는 것 같아요. 편한 의자는 내 체형이나 자세에 맞게 섬세하게 조정할 수 있는 의자고요.
시중에 있는 의자 중에 ‘예쁜데 불편한 의자’ 또는 ‘편한데 덜 예쁜 의자’로 떠오르는 게 있을까요?
이아름 팬톤 체어가 가장 먼저 떠올랐어요. 조형적으로 마음에 드는데 선뜻 구입하게 되질 않더라고요. 부피가 크고 무게가 상당해서 자유롭게 공간 이동이 어려워 보였어요. 그래서 그보다 작은 사이즈로 나온 키즈용을 아이를 위해 구입할까 고민 중이에요.
정규식 개인적으로 허먼밀러의 엠바디는 엔지니어의 시선으로 보아도 정말 기능적으로 뛰어난 의자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디자인이 투박한 편이라, 사무실에서는 괜찮지만 집에서 사용하기엔 아쉬워요.
고태진 허먼밀러의 에어론도 비슷해요. 편한데, 딱 사무실에 있을 것 같은 디자인이죠.
사무용 의자 특유의 디자인 때문에 구입하지 않는 이들도 있어요. 사무용 의자는 왜 예쁘기 어려울까요?
조성준 디자인적으로 보기 좋으려면 간결해야 하는데, 일단 푹신한 착좌감을 만들려면 좌판 쿠션부터 두꺼워져요. 또 편안함을 위한 기능을 구현하기 위해선 물리적인 공간이 많이 필요하기 때문에, 전체적인 형태가 복잡해질 수밖에 없어요.
이아름 요즘 사무용 체어는 개인의 몸에 맞춰 조정할 수 있는 기능들이 필수적이에요. 그런 기능을 지원하는 레버나 인간공학적 형상을 어떻게 간결하게 만들지, 정리할 수 있을지가 디자이너로서 과제예요. 이번 T60을 디자인할 때도 그 부분을 각별히 신경 썼어요. 실제로는 규식 님처럼 키가 180cm 넘는 분도 품어줄 정도로 큰데, 보기에는 다른 사무용 체어보다 아담해요. 프레임을 얇게 사용하면서도 등판 디자인을 위로 갈수록 좁고 둥글게 만들었기 때문이죠.
정규식 처음 디자인보다 전체적인 프레임이 두꺼워지긴 했지만 최대한 디자이너의 의도를 살리기 위해 고민을 많이 했어요. 특히 틸트와 등판이 이어지는 부분을 구현하기 위해 2년 정도 걸렸어요.
이아름 규식 님이 너무 쉽게 해보겠다고 하셔서, 그렇게 어려운 과정이 있었는지 자세히 몰랐어요!
정규식 아마 대부분의 엔지니어들은 못하겠다고 했을 거예요. 근데 저를 비롯해 저희 개발팀은 디자인을 최대한 지키면서 만들고 싶었어요.
디자이너와 엔지니어가 말하는 T60
ㅣ의자를 고르는 첫 번째 기준은?
예쁨과 편안함이 공존하기 어렵기 때문에, 디자이너와 엔지니어 사이에는 좁혀질 수 없는 간극이 있을 거라 생각했어요.
이아름 디자인 방향에 따라, 엔지니어의 설계 성향에 따라, 두 팀 사이에 의견이 충돌하기도 해요. 그런데 T60을 만들 땐 부딪힘이 많지 않았어요. 개발팀에서 제가 만든 디자인을 거의 그대로 구현해준 덕분이었어요. 금형이나 양산의 한계 때문에 일부 디자인을 포기해야 할 때도 있었지만, 모두 납득할 수 있는 이유였기에 기꺼이 수용할 수 있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로 의견 조율을 해야할 땐 어떤 기준을 따르나요?
정규식 상황에 따라 기준은 달라지겠지만, 처음 기획안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편이에요. 이 의자가 만들어져야 하는 목적, 어떤 소비자를 대상으로 하고 있는지 등 출발점을 기준으로 결정해요. 하나의 의자를 만드는 데 기획이 중요하고, 초기 기획이 흔들리지 않기를 바라죠. 물론 예기치 않은 변수들로 인해 흔들리기도 하지만요.
이아름 디자인 영역에서는 전체적인 디자인 콘셉트와 큰 아웃라인 형상이 흔들리지 않는다면 수용하는 편이에요. 디자인뿐만 아니라 콘셉트에 맞는 기능을 잘 구현하는 것도 이 의자를 개발하는 의도와 닿아 있으니까요.
실용적인 걸 찾는 사람들은 예쁨을 포기하기도 하는데, 엔지니어분들은 그런 면에서 디자인적인 부분에 개선을 요청할 때도 있나요?
고태진 앞서 아름 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생산적인 면에서 양산이 어려울 땐 요청해요. 사실 저희 개발팀은 의자가 우선 예뻐야 한다고 생각하는 편이에요. 일단 끌리지 않으면 자주 사용하지 않게 되니까, 실용성도 없어지는 거죠.
정규식 저는 의자를 구입하는 마음도, 고가의 핸드백 살 때와 비슷하다고 생각해요. 실용성만 따질 거면 그 정도 금액의 핸드백이 필요하지 않잖아요. 정말 편안함을 따질 거라면 의자 대신 소파를 택하거나, 누워 있으면 되는 거 아닐까요?
조성준 엔지니어지만 저도 예쁜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요. 그래도 정해진 품질 기준이 있어서, 여기에 맞추기 위해 디자인 변경을 요청할 때는 있어요. 아무래도 안전 문제와 연관된 거라 포기할 수 없어요.
사무용 의자라면 반드시 갖춰야 할 기능이 있을까요?
고태진 틸팅 기능이요. 장시간 모니터를 보면서 일하거나 쉴 때, 자세를 바꾸어도 몸을 단단하게 받쳐줄 수 있으니까요. 감히 말하건대 틸팅 기능이 없으면 사무용 체어가 될 수 없지 않을까 싶어요.
정규식 저도 동의해요. 틸팅 기능이 없는 의자라면 밥 정도 먹을 수 있겠네요.
조성준 저는 식탁 의자에도 틸팅 기능이 있기를 바랄 정도예요.
ㅣ디자인과 기능 사이, 각자의 드림 체어
다들 예쁨에 가치를 더 두었는데요. 심미적인 만족감이 의자에서 왜 중요할까요?
이아름 제가 디자이너라 그런지 모르겠지만, 기능은 의자의 용도에 따라 선택하는 요소라 생각해요. 반면 미적 요소는 내가 이걸 언제까지 품고 갈 수 있는지, 소장의 가치와 닿아있고요. 아무리 편한 의자라도 디자인이 마음에 차지 않으면 결국 새로운 의자를 찾게 되더라고요. 결론적으로 심미성이 뛰어난 의자가 오래가는 의자가 되는 셈이죠. 그래서 디자이너로서 유행보다는 생명력이 긴 디자인이 어떤 것인지 고민하는 편이에요.
고태진 아름 님 의견에 한 마디 덧붙이면, 기능은 앞으로 더 좋은 게 계속 나올 거예요. 그런데 디자인은 그럴지 아닐지 몰라요. 의자는 금방 바꾸는 소모품이 아니니까, 오래 사용하려면 내 눈에 예뻐야 하죠.
업무 환경이나 기기가 변화함에 따라 사무용 의자도 변화해야 할 것 같아요. 디자인이나 기능적인 면에서 반영한 부분이 있을까요?
고태진 요즘은 PC뿐만 아니라 태블릿PC나 스마트폰으로도 업무를 많이 하잖아요. 그에 맞춰 T60는 팔걸이의 높이뿐만 아니라 각도, 앞뒤 조절을 섬세하게 할 수 있도록 했어요.
이아름 팔걸이의 형태 자체도 곡선으로 디자인했어요. 워터폴(Waterfall) 형상으로 스마트 기기를 사용할 때 팔을 암패드에 오래 놓고 있어도 배기지 않아요. 전체적으로 동글동글 부드러운 선을 지니고 있는 T60의 디자인과도 맞아 떨어져요.
현실적인 제약을 생각하지 않고 의자를 만들 수 있다면, 각자 꿈꾸는 드림 체어가 있나요?
정규식 앞선 이야기와 이어지는데 저는 언젠가 웨어러블 기기로 일하는 시대가 올 것 같아요. 그러면 사실 사무실이란 공간 자체가 필요 없어질 것 같아요. 그런 시대에는 의자도 웨어러블로 바뀌지 않을까요? 아이언맨 수트처럼 입고 다니면서 앉고 싶을 때 언제든 의자로 변신하는 거죠. 그럼 모든 사람의 체형과 자세에 맞춘 의자가 될 수도 있고요.
고태진 비슷한 의견일 수도 있는데요. 이미 저희 사무실에서도 AR, VR을 활용하는 업무 환경에 대해 연구를 시작했거든요. 그래서 전 점점 탈의자화 될 것 같아요. 지금처럼 책상 앞에 의자가 있는 형태가 아니라 일을 할 수 있는 어떤 자세든 받아줄 수 있는 형태로 진화하는 걸 상상했어요. 형태는 없어지고 의미만 남아있는거죠.
조성준 저는 소재 자체가 진화하는 걸 생각했어요. 정말 얇은데 강도도 좋으면서 유연한 소재가 나왔으면 좋겠다고요. 그러면 편하면서도 예쁜 의자가 될 수 있지 않을까요?
이아름 디자인 측면으로만 생각해서, 좌판 하부 없이 플로팅 되는 의자를 떠올렸어요. 간결한 디자인이 예쁘다고 했잖아요. 그래서 정말 모든 걸 빼고 좌판만 남기는 거예요. 자기장 같은 신기술로 좌판을 공중에 띄우고요. 우리가 상상한 의자를 만들려면 로봇 회사에서 만들어야 할 것 같은데요? (웃음)
🪑사용자의 질문에서 시작하는
앉음의 탐구 SITTING LAB
시팅랩은 앉음의 의미와 방법을 모색하는
시디즈의 콘텐츠 시리즈입니다.
의자를 매개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는 '체어토크',
의자의 공학적 메커니즘부터
앉음을 둘러싼 흥미로운 논쟁들,
건강하고 효율적인 앉음을 위한
전문가 가이드까지
의자와 앉음의 세계를 깊이 탐구해갑니다.
시디즈의 콘텐츠 시리즈입니다.
의자를 매개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는 '체어토크',
의자의 공학적 메커니즘부터
앉음을 둘러싼 흥미로운 논쟁들,
건강하고 효율적인 앉음을 위한
전문가 가이드까지
의자와 앉음의 세계를 깊이 탐구해갑니다.
Editor 권아름 Photographer 김경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