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자는 아무것도 감출 수 없습니다.
무언가로 덮여 있지도,
케이스 안에 숨겨져 있지도 않죠.
모든 것이 그대로 드러나 있습니다."
이브 베하를 따라다니는 수식어는 강렬합니다.
세계적인 산업 디자이너,
300여 개의 디자인 수상 목록,
타임지는 ‘세상을 이끄는 25인’ 중 하나로
그를 선정하기도 했습니다.
우리가 모르는 사이, 이미
집과 사무실, 우리 삶 곳곳을 채우고 있는
이브 베하의 대표작들 중에는
허먼 밀러의 세일 체어도 있습니다.
의자는 늘 그의 마음속 과제였지만,
첫 사무용 의자를 디자인하기 위해
그는 마흔이 될 때까지 기다렸다고 해요.
이 세계적인 디자이너는 왜 의자 디자인을
까다로운 임무라고 말할까요?
그리고 디자인과 인간공학 사이의 접점에서
세일의 독특한 디자인을 어떻게 찾았을까요?
세계적인 산업 디자이너,
300여 개의 디자인 수상 목록,
타임지는 ‘세상을 이끄는 25인’ 중 하나로
그를 선정하기도 했습니다.
우리가 모르는 사이, 이미
집과 사무실, 우리 삶 곳곳을 채우고 있는
이브 베하의 대표작들 중에는
허먼 밀러의 세일 체어도 있습니다.
의자는 늘 그의 마음속 과제였지만,
첫 사무용 의자를 디자인하기 위해
그는 마흔이 될 때까지 기다렸다고 해요.
이 세계적인 디자이너는 왜 의자 디자인을
까다로운 임무라고 말할까요?
그리고 디자인과 인간공학 사이의 접점에서
세일의 독특한 디자인을 어떻게 찾았을까요?
CONTENTS | 이브 베하가 말하는 의자 디자인
1. 의자 디자인은 왜 어려울까
이브 베하가 마흔이 될 때까지 의자를 기다린 이유와 그에게 중요한 의자를 듣습니다.
2. 세일 체어의 등판에는 왜 프레임이 없을까
낮은 가격과 짧은 개발 기간 안에서 프레임 없는 등판을 완성한 과정을 따라갑니다.
3. 의자의 제약이 왜 오히려 더 좋은 디자인을 만들어낼까
수십 번의 프로토타입과 시험을 거쳐 제약을 보편적인 강점으로 바꾸고, 조직과 미래의 의자를 바라보는 방식을 살펴봅니다.
Signature Designs by Yves Behar
ㅣ세계적인 디자이너는 왜 마흔까지 의자를 미뤘을까
수많은 제품과 디자인 프로세스를 거쳐 오셨습니다. 그중에서도 의자는 어떤 점이 특별하거나 까다로운가요?
의자를, 그중에서도 사무용 의자를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은 디자인 학교 시절부터 있었어요. 그때는 실행에 옮기지 않았습니다. 디자이너가 맡을 수 있는 가장 어려운 과제라고 느꼈거든요. 의자는 인간공학과 오피스 문화와 재료가 가장 군더더기 없이 압축된 사물입니다. 그러면서 동시에 거의 아무것도 덮여 있지 않은 사물이지요. 장식으로 둘러싸여 있지도, 포장 안에 숨겨져 있지도 않아요. 모든 것이 그대로 드러나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기다렸습니다. 40대가 될 때까지요. 그제야 이 위압적인 과제와 제약들을 감당할 만큼의 경험이 쌓였다고 느꼈어요. 준비가 됐다고 판단한 순간, 허먼 밀러의 개발 책임자였던 돈 고먼을 찾아갔습니다. 디자이너이자 엔지니어였고, 허먼 밀러의 혁신과 개발을 오래 이끌어온 사람이죠. 돈 고먼을 만나 마침내 말했습니다. "저는 이제 마흔입니다. 준비가 됐어요."
디자이너로서 특별히 존경하거나 중요하게 여기는 의자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임스의 로킹 체어, 그리고 LCW입니다. 흔히 '포테이토 칩 체어'라고 부르는 그 계열이지요. 그 의자들은 특정한 시점에 분명한 차이를 만들어냈습니다. 1960년대와 1970년대를 지나며 사회의 규범이 바뀌고 있었어요. 거실이 점점 격식에서 벗어났고, 사람들은 그전의 딱딱한 응접실과는 다른 사교 생활을 실험하고 있었습니다. 임스의 의자들은 대단히 편안하고 재료 면에서도 혁신적이었지만, 그것만으로 위대해진 게 아닙니다. 집 안에서, 특히 거실에서 사람들이 서로 관계 맺는 방식 자체를 다르게 만들었어요.
제품이 자취를 남기는 데는 여러 이유가 겹칩니다. 디자인과 재료의 혁신이 있고, 동시에 전통과 격식에서 벗어나 온 가족이 함께 지내는 쪽으로 옮겨 가던 시대의 격변이 있었죠. 그야말로 시대의 신호였고, 그 신호가 지금까지 유효합니다.
ㅣ세일 체어의 등판에는 왜 프레임이 없을까
세일 체어는 다른 사무용 의자와 인상이 많이 다릅니다. 대부분의 의자가 레버와 조절 장치로 기능을 광고하는 반면, 세일은 오히려 비워져 있지요. 어떤 조건에서 출발한 프로젝트였나요?
허먼 밀러가 아주 독특한 과제를 내놓았습니다. 허먼 밀러 수준의 인간공학을, 에어론의 3분의 1도 안 되는 가격에, 그것도 빨리 만들어 달라는 것이었어요. 에어론은 선행 연구까지 포함하면 개발에 10년 가까이 걸린 제품인데, 이번엔 2~3년 안에 끝내자고 했지요. 가격과 일정이라는 두 제약이 동시에 걸린 셈입니다.
당시 저는 대부분의 의자가 형태 측면에서 너무 요란하다고 느끼고 있었습니다. 등판은 잔뜩 둥글고, 8자 모양의 곡선이 여기저기 들어가 있었죠. ‘생체를 닮은 형태’라는 개념이 의자 장르에서 남김없이 소진된 것처럼 보였어요. 저는 사무 공간 안에서 좀 더 조용하면서도, 동시에 인간공학의 혁신을 새로운 방식으로 드러내는 물건을 찾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새로운 구조 방식과 새로운 소재, 두 가지로 방향을 잡았어요. 출시 이후 15년이 넘도록 다른 곳에서 재현되지 않은 조합입니다. 저도 그 사실이 꽤 놀랍습니다.
세일 체어를 이야기할 때 금문교가 자주 언급됩니다. 돛대와 돛에 빗대는 설명도 있고요. 이 이미지들은 디자인에 앞선 영감이었을까요, 아니면 구조 문제를 풀다 나온 결과였을까요?
아주 이른 단계의 영감이었습니다. 초기 자료를 보면 제 노트에 그 스케치가 남아 있어요. 무엇을 덜어내야 제품이 가벼워지고, 동시에 딱딱한 모서리를 없애 더 인간공학적으로 만들 수 있을지 고민하던 시기입니다. 세일의 가장자리가 어디를 만져도 부드러운 건 그래서예요.
저는 금문교를 자주 건너고, 다리에서 멀지 않은 곳에 삽니다. 그래서 매달아 지지한다는 개념에 끌렸어요. 몸을, 등을, 소재를 아주 가볍고 효율적인 구조로 떠받치는 방식 말이지요. 디자이너는 무언가를 오래 생각하다가 어느 날 그것을 눈으로 보게 되고, 그때 '순간'이 옵니다. 출근길에서 금문교를 보며, 위에서 아래로 장력을 걸어 소재를 붙잡는 세일의 현수교 구조가 떠올랐던 그 아침처럼요.
한 가지 덧붙이면 여기에도 시적인 면이 있죠. 다리라는 비유는 누구나 이해할 수 있고, 의자와 가구의 세계 바깥에서 온 이미지입니다.
그렇다면 돛의 이미지는 어디에서 왔나요?
돛은 다른 문제에서 나왔습니다. 요추를 지지하고 등판의 곡면을 정밀하게 다듬기 위해, 등판의 부위마다 장력을 다르게 걸어야 했죠. 장력을 걸면 고무줄처럼 팽팽하게 펴질 거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세일의 등판은 요추 부위에서 상당한 왜곡이 일어납니다. 아주 구체적인 곡률이 만들어지고, 부위마다 장력의 세기가 달라져요. 요추 자리를 직접 만져보면 가장자리의 부드러움과 달리 훨씬 단단합니다. 소재의 두께와 구조의 형태를 조율해서, 등판이 몸을 아주 정밀하게 받치도록 만든 거예요.
돛이 바람을 받아 추진력을 만들기 위해 최적의 형태로 스스로 변형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매달아 지지한다는 개념은 다리에서, 인간공학은 돛에서 온 셈이지요. 참고로 저희 샌프란시스코 사무실 바로 앞이 그 풍경입니다. 돛을 단 배가 다리 아래를 지나가는 장면 말이에요.
세일에는 디자인적으로 독특한 요소가 많은데, 그중 하나가 등판의 외곽 프레임이 없다는 사실입니다. 원가 때문이었나요?
원가에서 출발한 건 맞습니다. 낮은 가격을 맞추려면 기존 사무용 의자의 등판을 둘러싸는 단단한 외곽 프레임과 그 안에 숨은 부품을 없애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인간공학 측면에서도 같은 답을 얻었습니다. 특히 여성 사용자들로부터 피드백을 많이 받았는데, 몸을 움직일 때 등에 단단한 테두리가 느껴진다는 이야기였어요. 원가를 낮추려는 목적과 몸을 편안하게 하려는 이유가 같은 곳을 가리킨 겁니다. 그렇게 ‘외곽 프레임이 없는 등판’이라는 개념이 나왔습니다.
문제는 그걸 어떻게 가능하게 하느냐였지요. 두 가지 접근을 택했습니다. 하나는 구조였습니다. 앞서 말했듯 금문교의 형태처럼 Y자형 타워가 중심을 잡고, 등판 전체에는 장력이 분산되도록 했습니다. 다른 하나는 소재였습니다. 허먼 밀러와 함께 ‘엘라스토머’라는 놀라운 탄성 소재를 찾아냈고, 한 장의 서스펜션 등판으로 성형했어요. 이 소재는 반복해서 늘어나도 쉽게 변형되지 않고 본래의 장력을 회복합니다. 제게는 십수 년 전 초기 생산품이 아직도 남아 있는데요, 등판도 그 특유의 탄력도 처음 만든 그대로 작동하고 있습니다.
엘라스토머 소재는 이 프로젝트를 위해 새로 개발한 것인가요?
맞춤으로 개발했고 특허도 받았습니다. 다만 엘라스토머 자체가 완전히 새로운 물질은 아니었어요. 그전까지는 제품 안 눈에 보이지 않는 스프링을 만드는 데 쓰였습니다. 쿠션을 씌운 좌석이나 큰 가구 안에 숨겨두면 눌렸다가 되돌아오면서 그 형태를 기억하는 역할을 했지요.
엘라스토머는 한 번도 겉으로 드러내 표현하는 소재로 쓰인 적이 없었습니다. 저는 이런 작업에서 시적인 경험을 발견합니다. 아름답거나 장식적이라고 여겨지지 않던 재료를 가져와 제품의 시각적 정체성으로 만드는 일 말이에요. 이 경우에는 그게 의자였고요.
CHAIR NOTE 01 : Elastomer
고무처럼 늘어났다가 원래 형태로 돌아오는 성질을 지닌 고분자 소재를 통칭합니다. 자동차 부싱이나 신발 밑창, 가구의 탄성 부품처럼 대개 제품 내부에 감춰 사용하는 소재이지요. 세일에 적용된 맞춤형 엘라스토머 역시 이전에는 쿠션을 씌운 좌판이나 가구 내부에서 스프링 역할을 하던 소재였습니다.
세일은 이 소재를 한 장의 그물망 형태로 사출 성형해 3D 인텔리전트 서스펜션 등판으로 드러냈습니다. 등판 둘레를 감싸는 단단한 외곽 프레임은 없으며, 뒤쪽의 Y자형 타워가 중심 하중을 받고 엘라스토머 망이 장력을 분산합니다. 망의 가닥은 부위마다 굵기와 장력이 달라 척추 주변은 단단하게 받치고, 움직임이 필요한 부위는 더 유연하게 휘어집니다. 구조재이자 탄성 지지체이며, 동시에 세일의 시각적 정체성이 된 소재입니다.
ㅣ의자의 제약이 왜 오히려 더 좋은 디자인을 만들어낼까
모든 디자인 프로젝트에는 제약이 따릅니다. 제약을 처음부터 염두에 두고 작업하시는 편인가요, 아니면 잠시 밀어두었다가 나중에 반영하시나요?
우선 모든 프로젝트가 세일만큼 혹독한 제약을 갖고 있지는 않다는 말씀을 드려야겠네요. 세일에는 가격과 일정 외에도 조건이 많았습니다. 의자는 100킬로그램이 넘는 사람이 매일 사용하는 극한의 상황에서도 견뎌야 하니까요. "다음 에어론을 만들어 주세요, 기간과 비용은 상관없습니다" 같은 의뢰가 아니었어요.
그렇다고 모든 곳에서 비용을 아낀 건 아닙니다. 세일의 등판은 허먼 밀러가 만든 금형 중 가장 복잡한 것입니다. 형상이 가장 까다로운 금형이지요. 금형 하나를 만들어 그 안에서 엘라스토머를 사출하려면 초기 투자가 들어가지만, 부품 원가가 낮아지면서 그 투자가 상쇄됩니다.
제약을 다루는 방식을 물으신다면, 그건 늘 제 머릿속에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창의적으로 탐색할 만큼의 자유는 스스로에게 허락해야 해요. 디자이너의 머릿속에는 실험할 때마다 이게 얼마짜리인지 알려주는 계산기가 들어 있지 않으니까요. 얼마간은 판단을 유보한 채, 어떤 아이디어와 드로잉과 스케치가 어디까지 데려가는지 지켜봐야 합니다. 열려 있으면서 자유롭고, 동시에 비판적이고 분석적이어야 하죠. 산업 디자인이 우뇌와 좌뇌를 함께 쓰는 독특한 일인 이유가 여기 있어요.
어느 시점이 되면 특정한 형태나 소재를 결정하는 순간이 있을 것 같습니다. 그 이미지에 확신이 서면 인간공학을 거기에 맞춰 나가시나요?
그렇지 않습니다. 마지막의 마지막 순간까지 왔다 갔다 합니다. 둘 중 하나만 붙잡을 수는 없어요. 심미성과 인간공학 양쪽 모두에서 야심을 가져야 하고, 그러려면 개발 내내 수많은 손질과 미세한 조정이 필요합니다. 언젠가는 누군가가 "자, 여기까지" 하고 말해야 하는데, 대개 그건 제조사의 몫이지요. 하지만 둘 중 하나를 고르는 길은 없습니다. 둘 다 해내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어요.
디자이너의 머릿속은 여러 개의 진실과 야심과 제약을 동시에 붙들고 있어야 합니다. 그게 디자이너라는 일의 묘미예요. 한쪽을 밀어붙여 다른 쪽을 꺾는 게 아니라, 결론을 향해 천천히 익어가도록 두는 것이지요.
진실, 야심, 제약… 디자인과 인간공학 가운데 최종 결과에 가장 큰 영향을 준 하나를 꼽는다면 무엇일까요?
음… 무엇을 골라야 할지 모르겠어요. 자동차를 보면서 시트가 더 중요한지 바퀴가 더 중요한지 묻는 것과 비슷해요. 핸들까지 포함해 전부 제대로 작동해야 하고, 그중 하나만 빠져도 차는 굴러가지 않습니다.
디자이너에게는 창의력과 자유로운 탐색이 필요하지만, 동시에 엔지니어의 규율도 필요합니다. 어쩌면 그건 제가 자란 스위스와 아버지의 고향인 터키, 그 두 갈래에서 온 것일지도 모르겠어요. 서로 다른 기준과 요구를 균형 있게 붙들고 그 다른 능력들을 끌어다 쓰는 것, 그게 디자이너로서 제가 할 수 있는 일입니다. 제 뇌가 그렇게 연결되어 있어요.
ㅣ프리미엄 체어 디자인, 어떤 과정을 거칠까
세일의 개발 과정은 어땠나요? 아이디어를 넓게 펼치는 편이신지 궁금합니다.
저희 방식은 100개의 아이디어를 얕게 훑는 게 아닙니다. 두세 개를 깊이 파고들지요.
수백, 수천 장의 스케치가 나왔고 프로토타입은 60개가 넘었습니다. 단계마다 인간공학과 몸이 지지되는 방식, 크기를 시험했어요. 그중 20~30개는 오로지 인간공학만을 위한 프로토타입이었습니다. 틸트 메커니즘이 등판과 어떻게 맞물리는지, 요추 지지의 위치가 어디여야 하는지를 여러 압력점으로 확인했고, 디지털 스캔과 물리적 측정, 인터뷰를 병행했습니다. 결국 사람을 앉혀보는 일, 돈 고먼의 표현을 빌리면 "의자에 엉덩이를 넣어보는" 일이 중요합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어디를 고쳐야 하는지 아주 이른 단계에서 찾아내는 것이죠.
양산에 가까워지면 시험의 성격도 달라지겠군요.
훨씬 혹독해집니다. 허먼 밀러의 보증 기간은 12년이에요. 오늘날 12년 보증이 붙는 물건을 저는 달리 알지 못합니다. 심지어 제 자동차도 그렇지 않고요.
12년 보증은 그 물건에 아주 오랜 시간 책임을 진다는 뜻이고, 수십만 번의 앉고 일어나는 동작을 책임진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의자들은 제가 '고문실'이라고 부르는 곳으로 들어갑니다. 시험실에서 계속 잡아당겨지고, 136킬로그램짜리 무게추가 반복해서 떨어지고, 개발 도중에는 아예 부서질 때까지 시험합니다.
세일은 크기가 크지 않은데, 다양한 체형을 감당하는 데 문제는 없었나요?
작아서 큰 몸에는 맞지 않을 거라는 의문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렇지 않았어요. 조절 범위가 넓고, 여러 체형에 두루 맞는 보편적인 핏을 갖고 있습니다.
사실 이 의자는 처음에 아시아 시장을 염두에 두고 설계됐습니다. 미국의 사무용 의자들은 대체로 아주 크고 과했거든요. 더 작은 의자로 모든 몸을 감당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 저희에게 주어진 또 하나의 과제였습니다. 결과적으로 세일은 여성과 키가 작은 사용자들에게 곧바로 환영받았고, 의자가 작업 공간을 압도하는 걸 원치 않던 건축가와 인테리어 디자이너들에게도 좋은 반응을 얻었어요.
처음엔 원래 기획대로 아시아 지역에서만 유통할 계획이었지만, 개발 과정이 흥미로워지자 회사가 전 세계에 내놓기로 결정했지요. 제약을 넘어서면 그것이 보편적인 강점으로 바뀔 수 있습니다. 하나의 제약이 제품의 활동 범위를 가두도록 두지 않는 거예요.
ㅣ의자 디자인은 무엇을 이야기할까
이브 베하의 디자인 스튜디오 퓨즈프로젝트(Fuse Project)에서도 세일 체어를 사용한다.
의자가 무엇을 전달해야 한다고 보시나요? 세일이 말하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요?
의자가 무엇을 전달해야 한다고 보시나요? 세일이 말하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요?
모든 제품은 ‘말’합니다. 저는 스토리를 만드는 일이 제품 디자인의 본질적인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앞서 이야기한 1960~70년대의 임스 의자들은 다른 종류의 ‘관계’를 사람들에게 전달했습니다. 거기엔 권력과 위계, 묵직한 형태, 가죽, 압도하는 크기가 있었죠. 그런데 세일이 이야기했던, 지금까지도 말하고 있는 것은 ‘조직을 평탄하게 만드는 일’입니다. 의자를 쉽게 옮길 수 있고, 덜 위압적이며, 등 뒤를 가려 다른 사람과의 상호작용으로부터 나를 보호해주지도 않지요. 참여와 협업, 그리고 평등. 저희가 이 의자로 전하고 싶었던 감각입니다.
실제로 그렇게 쓰이고 있나요?
제가 세일에서 좋아하는 지점이 바로 그겁니다. 예전에는 임원실과 경영진에게 나머지 직원과 다른 의자가 주어지는 일이 흔했어요. 더 비싼 의자로 지위를 표시하는 거죠. 그런데 세일을 대량으로 도입한 조직에서는 인간공학과 핏, 편안함 덕분에 회사 전체가 같은 의자를 씁니다. 경영진까지 포함해서요. 전 직원용으로 수만 대를 주문한 곳도 있습니다.
프레임을 없애고 소재를 줄인 선택이 환경 측면에서도 의미가 있었을까요?
물건에서 원자를 덜어낼수록 재료를 덜 쓰게 되고, 그것은 곧 더 낮은 탄소발자국과 더 가벼운 무게를 뜻합니다. 세일은 동급의 다른 의자들과 비교하면 30~40퍼센트가량 가볍습니다.
가벼우면 운송에서도 같은 절감이 이어집니다. 모든 단계에서요. 등판 구조와 매달린 소재를 결합한 덕분에 아주 낮은 원가의 등판이 나왔고, 그건 지금도 도달 가능한 가장 낮은 수준일 겁니다. 그리고 탄소발자국도 가장 낮습니다.
출시 이후에도 계속 개선해 오셨다고 들었습니다.
찰스 임스의 말처럼 디자인은 결코 끝나지 않으니까요. 출시 후에도 작업을 이어갔습니다. 출시 시점에도 대부분의 부품이 재생 소재를 포함하고 있었지만, 몇 해 전부터는 강과 바다로 흘러갈 뻔한 플라스틱을 회수해 세일의 원료로 쓰고 있어요. 저는 오션 클린업을 비롯한 여러 해양 관련 활동에 참여해 왔기 때문에 이 일이 개인적으로도 가깝게 느껴집니다. 멀리 떨어져 있던 두 가지 목표가 한자리에서 만난 셈이지요.
지속가능성을 형태로 드러내야 한다고 보시는 편인가요?
오히려 반대입니다. 저희가 전하고 싶었던 것 중 하나는 지속가능함이 지속가능해 보일 필요는 없다는 것이었어요. 지금까지 제품에서, 특히 의자에서 지속가능성의 관습적인 기호는 표현을 절제하고 무겁게, 공학이나 기능 면에서는 덜 혁신적인 쪽이었습니다. 저희는 낮은 탄소발자국을 달성하면서도 대단히 아름답고 표현력 있는 제품을 만들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CHAIR NOTE 02 : Echo Dematerialization
우리 말로 옮기면 ‘생태적 탈물질화’, 이브 베하가 세일을 발표하면서 직접 쓴 표현입니다. 같은 성능을 더 적은 부품과 재료로 구현하는 설계 방식을 뜻하지요. 이브 베하는 이를 “제품을 이루는 모든 분자가 더 열심히 일하게 하는 것”이라고 표현했습니다. 하나의 소재나 부품이 지지와 탄성, 형태 유지처럼 여러 기능을 겸하게 해 불필요한 구조물을 덜어낸다는 의미입니다.
우리 말로 옮기면 ‘생태적 탈물질화’, 이브 베하가 세일을 발표하면서 직접 쓴 표현입니다. 같은 성능을 더 적은 부품과 재료로 구현하는 설계 방식을 뜻하지요. 이브 베하는 이를 “제품을 이루는 모든 분자가 더 열심히 일하게 하는 것”이라고 표현했습니다. 하나의 소재나 부품이 지지와 탄성, 형태 유지처럼 여러 기능을 겸하게 해 불필요한 구조물을 덜어낸다는 의미입니다.
세일은 등판 둘레의 단단한 외곽 프레임과 그 안에 들어가던 별도의 지지 부품을 없애고, Y자형 타워와 엘라스토머 서스펜션이 그 역할을 나눠 맡도록 설계했습니다. 부품과 재료가 줄면 재료비와 생산·조립에 드는 비용이 낮아지고, 원재료 사용과 제품 무게도 줄어듭니다. 가벼워진 만큼 운송에 따르는 환경 부담도 작아지지요. 원가 절감과 탄소발자국 감소는 서로가 서로의 원인이라기보다, ‘적은 것으로 같은 성능을 구현한다’는 설계에서 함께 나온 결과입니다.
ㅣ다음 세대의 의자 디자인, 어떤 모습일까
원하셨던 것 중에 포기해야 했던 부분은 없었나요?
개인으로서도 직업인으로서도 유연해야 하지만, 동시에 확신과 방향도 필요합니다. 다만 무언가를 희생했다는 느낌은 없어요. 의자는 그 자체로 완결되어 있고, 그것 또한 디자인의 일부입니다. 저는 세일이 그 시대에 가능했던 개선을 최대한 담았다고 느낍니다.
새로운 의자를 디자인하는 이유가 그것이지요. 우리가 아직도 1980년대나 90년대의 의자를 쓰고 있다면 그만큼 편안하지도, 탄소발자국이 낮지도, 지금의 필요에 맞지도 않을 겁니다. 저희는 자기 시대와 그 시대가 열어준 기회를 온전히 감당하는 디자인을 만들려고 합니다.
그렇다면 다음 세대의 의자는 어떤 모습일까요?
지금 차세대 의자를 몇 가지 작업하고 있습니다. 저는 더 적은 재료로 몸을 지지할 여지가 남아 있다고 봅니다. 제가 '할로우 서스펜션'이라고 부르는 방식이에요. 몸을 받치는데, 보는 사람이 다시 한번 쳐다보면서 "잠깐, 이게 구조적으로 어떻게 성립하지?" 하고 묻게 되는 그런 지지 방식이지요.
세일의 등판이 가진 성질을 의자 전체로, 특히 체중의 상당 부분이 실리는 좌판까지 확장하는 것이 과제입니다. 요약하면 의자를 물리적으로도 시각적으로도 한층 더 탈물질화하면서, 동시에 높은 수준의 움직임과 가벼움을 제공하는 것입니다.
앞으로도 의자를 계속 만드실 생각이신가요?
그럼요. 지금도 소파, 스툴, 자동차 좌석 등을 계속 작업하고 있어요. 마흔이 넘은 이후로, 제 디자인 인생에는 의자와 좌석이 정말 많아졌군요.(웃음)
🪑사용자의 질문에서 시작하는
앉음의 탐구 SITTING LAB
시팅랩은 앉음의 의미와 방법을 모색하는
시디즈의 콘텐츠 시리즈입니다.
의자를 매개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는 '체어토크',
의자의 공학적 메커니즘부터
앉음을 둘러싼 흥미로운 논쟁들,
건강하고 효율적인 앉음을 위한
전문가 가이드까지
의자와 앉음의 세계를 깊이 탐구해갑니다.
시디즈의 콘텐츠 시리즈입니다.
의자를 매개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는 '체어토크',
의자의 공학적 메커니즘부터
앉음을 둘러싼 흥미로운 논쟁들,
건강하고 효율적인 앉음을 위한
전문가 가이드까지
의자와 앉음의 세계를 깊이 탐구해갑니다.
Interviewer 재커리 라이언 후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