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드레스트와 휴식의 인간공학, 피터 빙크 인터뷰

헤드레스트와 휴식의 인간공학, 피터 빙크 인터뷰

헤드레스트와 휴식의 인간공학, 피터 빙크 인터뷰

"헤드레스트가 있으면
자세를 자주 바꿀 수 있어요.
편안함을 계속 리셋할 수 있다는 의미죠."

뒤로 기대어 잠시 쉬고 싶을 때
우리는 자연스럽게 머리를 젖힙니다.
그런데 머리를 받쳐줄 곳이 없다면 어떨까요?
목 근육이 긴장하고 편안함은 사라지며,
'쉼'의 순간은 오히려 피로가 됩니다.

헤드레스트는 단순한 머리 받침이 아닙니다.
앉음과 쉼 사이, 작업과 휴식 사이에서
우리 몸을 지지하는 정교한 도구입니다.

피터 빙크는 세계적인 좌석 디자인 전문가입니다.
연구실에서, 비행기 안에서, 자동차 좌석에서
40년 가까이 편안함의 공학을 탐구했습니다.
헤드레스트의 과학부터 휴식의 인간공학까지
앉음에 대한 그의 통찰을 들었습니다.

피터 빙크 Peter Vink

피터 빙크는 네덜란드 델프트 공과대학교(TU Delft) 산업디자인공학부 환경인간공학 교수입니다. 네덜란드 응용과학연구소(TNO)에서 인테리어 디자인 부서장으로 보잉, BMW, 프랑스 국철 등 글로벌 기업들과 협업했습니다. 250편 이상의 논문과 저서를 통해 좌석 편안함 연구의 세계적 권위자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2011년 미국 인간공학회 Hal W. Hendrick 국제공로상, 2023년 네덜란드 오라녜-나사우 훈장을 수상했으며, 항공기 인테리어 분야 최고 권위상인 크리스탈 캐빈 어워드의 심사위원장을 역임했습니다.

Research Timeline on Seating

1989년, 허리의 움직임을 과학으로 풀다

피터 빙크의 박사 논문은 허리가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컴퓨터 모델로 구현한 연구였습니다. 당시 골격의 움직임에 대한 연구는 많았지만, 뼈를 움직이게 하는 근육에 대한 연구는 부족했죠. 그는 등을 곧게 세워주는 근육을 세 부분으로 나눈 모델을 만들어, 우리가 몸을 숙이거나 돌릴 때 어떤 근육이 얼마나 일하는지를 처음으로 정밀하게 분석했습니다. 이 연구는 '앉는 자세가 몸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라는 질문의 과학적 토대가 되었고, 3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관련 연구에서 인용되고 있습니다.

2000년, 움직이면 디스크가 살아난다

BMW와 진행한 이 연구에서는 놀라운 방법이 사용되었습니다. 실험 참가자의 허리뼈 사이에 있는 디스크에 직접 압력 센서를 삽입해 측정한 것입니다. 결과는 예상 밖이었습니다. 가만히 앉아 있으면 디스크가 눌려서 납작해지지만, 몸을 좌우로 돌리면 디스크 안으로 수분이 다시 들어와 원래 두께를 회복한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이 연구는 "오래 앉아 있을 때는 가끔씩 움직여야 한다"는 조언이 단순한 경험담이 아니라 과학적 사실임을 증명했습니다.

2011년, 1만 명 승객의 목소리를 책으로

보잉 787 드림라이너의 실내 디자인을 이끈 클라우스 브라우어와 함께 <항공기 기내의 편안함과 디자인Aircraft Interior Comfort and Design>을 출간했습니다. 이 책은 2009년에 수집된 10,032건의 승객 여행 보고서를 분석한 결과를 담고 있으며, 편안함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가 다리 공간, 위생, 승무원, 좌석 디자인임을 밝혔습니다. 흥미롭게도 1977년 초기 연구에서도 무릎 공간이 가장 큰 문제였는데, 담배 연기 문제는 사라졌지만 좌석 공간에 대한 불만은 수십 년간 변하지 않았습니다. 이 책은 항공 업계에서 '승객 경험'을 과학적으로 접근하는 기준점이 되었습니다.

2020년, 미래 비행기의 좌석을 상상하다

V자 형태로 생긴 혁신적인 차세대 항공기 '플라잉-V(Flying-V)'의 실내 디자인을 이끌었습니다. 이 비행기는 승객이 동체가 아닌 날개 안에 탑승하는 독특한 구조를 가지고 있어, 기존과는 완전히 다른 좌석 배치가 필요했습니다. 빙크 교수팀은 소파처럼 편하게 기댈 수 있는 좌석, 가족이나 친구끼리 마주 보며 앉는 좌석, 엇갈리게 배치해 어깨 공간을 넓힌 좌석 등 새로운 개념의 좌석들을 개발했습니다. 실물 크기 모형을 만들어 1,692명의 방문객에게 직접 앉아보게 하고, 그 피드백을 설계에 반영하기도 했습니다. 이 프로젝트는 2020년 Crystal Cabin Award 최종 후보에 올랐습니다.

2023년, 앉아서도 잘 수 있다

40명의 참가자에게 3일 연속 다른 등판 각도에서 낮잠을 자게 한 연구를 수행했습니다. 결과는 명확했습니다. 잠들 수 없었던 경우의 평균 등판 각도는 110도, 잠들 수 있었던 경우는 118도였으며, 123도 이상에서는 수면의 질이 개선되고 불편함이 감소했습니다. 참가자 40명 중 19명이 "목 지지대가 중요하다"고 언급해 헤드레스트의 중요성이 다시 한번 확인되었습니다. 이 발견은 자율주행차, 기차, 비행기, 전기차 충전 중 휴식 등 다양한 상황의 좌석 설계에 새로운 가능성을 열었습니다.

ㅣ항공기 좌석부터 사무용 의자까지


40년 넘도록 인간공학, 특히 좌석과 편안함 연구를 이어오셨죠. 이 분야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박사 과정 때였어요. 허리뼈에 가해지는 부하를 연구하며, 컴퓨터로 허리뼈의 움직임을 시뮬레이션했죠. 휠체어와 의자, 다양한 신발 같은 장비들이 움직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테스트했어요. 그 과정을 통해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장비들 - 의자, 책상, 신발이 우리 몸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같은 사람이 같은 일을 해도, 어떤 장비를 쓰느냐에 따라 성과와 피로도, 부상 위험이 달라지죠. 연구가 끝나갈 즈음, '환경이 인체 기능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라는 질문은 제 평생의 연구 주제가 되었습니다.

‘탈것의 앉음’에 대한 세계적 권위자시죠. 네덜란드 응용과학연구소에서 BMW, 보잉 등 수많은 기업들과 협업을 하셨어요.
네덜란드 응용과학연구소에서 저는 인테리어 디자인 부서장으로 일했어요. 부서에는 두 팀이 있었죠. 자동차 좌석을 연구하는 팀과 업무 환경을 연구하는 팀이었어요. 두 그룹과 함께 토론하며 많은 통찰과 경험을 얻었습니다. 우리는 보잉, BMW, 프랑스 국철(SNCF), 그리고 네덜란드 가구 회사들과 협업했어요. 이론만 연구하는 게 아니라, 실제 제품을 만드는 회사들과 함께 문제를 풀어야 했죠. 그 과정에서 실험실 결과와 실제 사용 환경이 다를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사용자 데이터와 테스트의 중요성에 대해 깨달았어요.
11년 전 델프트 공과대학교로 옮긴 후, 지금은 학생들과 함께 앉음과 편안함에 대해 연구하고 있습니다. 좌석 디자인을 하는 석사 과정 학생들은 자주 제게 와서 의견을 구하죠. 젊은 연구자들의 참신한 시각으로부터 저도 많은 영감을 받고 있어요.

그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연구를 말씀해주신다면요?
BMW와 함께 한 연구들입니다.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헤드레스트, 추간판 압력 측정, 인체 윤곽과 좌석의 관계 등 여러 연구를 수행했죠. BMW M 시리즈의 등판은 그 중 한 논문에서 증명된 인체 표면 해부학을 기반으로 설계됐어요. 연구의 결과를 제품에서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는 사실을 지금도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

BMW와의 협업 가운데 헤드레스트 연구도 있었군요. 자동차, 비행기 등 이동수단의 좌석에서는 헤드레스트의 역할이 더 큰 만큼 당연하다고도 생각합니다. 특별히 주목할 만한 발견이 있었나요? 
목과 머리의 민감도를 연구했는데, 실험 결과 목의 민감도는 매우 높았어요. 압력을 조금만 더 가해도 피험자들은 장기적으로 불편함을 느꼈죠. 결국 목 부위에 닿는 부분은 압력이 매우 낮아야 합니다. 쉽게 말해, 매우 부드러워야 해요. 반면 두개골이 있는 머리 뒷부분은 훨씬 더 높은 압력을 견딜 수 있었죠.
우리는 연구 결과로 머리 전체의 ‘민감도 지도’를 만들었어요. 머리의 어느 부분이 압력에 민감하고, 어느 부분이 덜 민감한지를 측정해서 그림으로 나타낸 거죠. 헤드레스트의 형태, 인체와의 접촉면, 지지하는 방식 등 모든 것을 민감도 지도로 결정할 수 있습니다. 지금도 헤드레스트를 디자인할 때 많이 활용되고 있어요.

머리와 목 사이에 왜 이렇게 민감도 차이가 생기는 걸까요?
해부학적으로 보면 간단합니다. 두개골 위를 누르는 압력은 넓게 분산됩니다. 뼈가 단단하니까 압력이 한 점에 집중되지 않고 퍼지는 거죠. 하지만 목은 대부분 근육과 인대 같은 부드러운 조직이에요. 동일한 압력이라도 부드러운 조직에 가해지면 그 부분만 눌리기 때문에 훨씬 더 불편하게 느껴집니다.
민감도 연구에서 흥미로운 점이 또 하나 있었어요. 똑바로 앉을 때와 몸을 뒤로 젖힐 때, 우리의 머리 위치는 자연스럽게 달라집니다. 척추의 곡률이 바뀌기 때문에 몸을 젖히면 머리가 미세하게 앞으로 이동하죠. 머리의 이동에 맞춰 헤드레스트도 움직여야 편하게 누울 수 있는데, 헤드레스트가 지나치게 딱딱하거나 고정되어 있다면 사용자는 불편함을 느끼게 됩니다.

"헤드레스트 디자인의 핵심은 머리와 목 전체의 민감도를 이해하는 것이죠."


머리-목 민감도 연구도 제품 개발로 이어졌을까요? 
네, BMW의 '제로 그래비티 시트' 프로젝트에서 실현되었어요. 제로 그래비티 시트는 무중력 상태에서 인체가 자연스럽게 취하는 포즈 - 무릎이 살짝 구부러지고, 상체가 뒤로 젖혀진 자세를 지상에서 재현하는 좌석입니다. 이 자세는 근육에 가해지는 부담이 가장 적어서 장시간 앉아 있어도 피로가 덜하죠.
편안한 자세이다 보니, 모든 사람이 이 좌석에서 쉬는 것을 좋아했어요. 그런데 문제가 있었습니다. 헤드레스트가 딱딱한 소재인데다 고정되어 있었거든요. 좌석 자체는 좋은데, 머리를 기대면 불편하다는 피드백이 많았어요. 결국 BMW와 함께 새로운 헤드레스트를 디자인했습니다. 민감도 지도를 바탕으로 목 부분은 부드럽게, 두개골 뒷부분은 적절한 지지력을 갖도록 설계했어요. 압력 센서를 부착해서 실제로 머리를 기댔을 때 압력이 어떻게 분포되는지도 측정하고 확인했습니다.
또 하나 중요한 점은 헤드레스트의 유동성이었습니다. 제로 그래비티 시트의 헤드레스트는 등판 각도에 따라 위치가 조절되도록 만들었죠. 앞서 설명했듯 몸이 젖혀지면 머리는 앞으로 움직이니까, 헤드레스트도 앞으로 나오도록 설계했어요. 똑바로 앉을 때든, 뒤로 기대어 쉴 때든 편안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이요.

편안함을 위해서는 헤드레스트의 소재도 중요하겠네요. 헤드레스트에 더 적합한 소재를 선택하는 기준이 있을까요?
우리는 BMW와 함께 특수한 측정 장치를 개발했어요. 압력과 힘을 측정할 수 있는 센서가 여러 개 붙어 있는 장치였는데, 쿠션 안에 넣어 소재의 특성을 정밀하게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헤드레스트를 가죽이나 메시로 마감하는 경우, 반드시 제품이 완성된 상태에서 측정했습니다.  가죽의 단단함, 메시의 장력에 따라 느껴지는 경도가 완전히 달라지거든요.
헤드레스트의 표면 소재는 언뜻 부가적일 것 같지만, 사실 앉음의 경험 전체를 바꿀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가죽은 단단한 소재라 딱딱하게 느껴집니다. 하지만 패브릭은 유연하기 때문에 폼의 부드러움이 그대로 전달되죠. 결국 똑같은 폼이라도 그 위에 무엇을 씌우느냐에 따라 사용자의 감각은 완전히 달라져요. 제조사가 제공하는 폼의 스펙과 데이터만 믿고 적용할 수 없는 거죠.

ㅣ헤드레스트의 과학


교수님은 '편안함'과 '불편함'을 각각 다른 관점으로 구분하시죠. 이 둘은 어떻게 다른가요?
이 부분에 대해서는 연구자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나뉩니다. 어떤 연구자들은 편안함과 불편함이 하나의 선 위에 있다고 봐요. 한쪽 끝이 '매우 불편함'이고, 반대쪽 끝이 '매우 편안함'인 것처럼요. 하지만 저는 두 느낌을 서로 다른, 별개의 감각으로 생각합니다.
손으로 어떤 물건을 아주 세게 쥐어야 하는 상황을 떠올려 보세요. 처음에는 그냥 조금 힘들다 싶다가, 점점 아파집니다. 얼마나 편안하냐고 물으면 사람들이 답하기 어려워해요. 편안함은 이미 사라졌으니까요. 그러나 얼마나 불편한지 질문하면 정확하게 답할 수 있습니다. 불편함은 압력, 통증, 뻐근함 같은 신체적 감각과 더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죠.
그런데 편안함은 조금 다릅니다. 재미있는 실험 결과가 있어요. 사람들을 의자에 앉히고 게임을 하도록 요청했는데, 피험자들은 게임이 너무 재미있어 불편함을 거의 느끼지 못했어요. 인간공학적으로 좋지 않은 의자였는데, 오히려 "편안하다"는 응답이 높아졌죠. 이처럼 편안함은 감정적인 상태, 하고 있는 활동, 심지어 의자의 색상 같은 시각적 요소에도 영향을 받아요.
결국 좌석을 제대로 평가하려면 편안함과 불편함을 따로 측정해야 합니다. 하나만 측정하면 전체 그림의 절반만 보는 거예요.

헤드레스트의 경우, 편안함이나 불편함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디자인 요소가 있나요?
네, 여러 가지가 있어요. 먼저 경도가 중요합니다. 특히 목 주변은 부드러워야 해요. 또한 헤드레스트의 곡면이 머리 모양과 잘 맞아야 합니다. 처음에는 괜찮아 보여도, 머리 모양과 맞지 않으면 특정 부분에 압력이 집중되어 시간이 지날수록 불편해집니다. 단단한 압력 포인트와 불편함은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죠.
흥미로운 건 시각적 요소도 편안함에 영향을 준다는 거예요. 예쁜 색상의 헤드레스트와 좌석에 앉으면, 사람들은 더 편안하다고 느낍니다. 정작 앉고 나면 색상이 눈에 보이지 않는데도요. 이 첫인상의 효과는 약 30분 정도 지속됩니다. 그 이후에는 실제 물리적 편안함이 평가를 좌우하게 되죠.

심미적 요소까지 작용한다니, 편안함의 경험은 정말 복합적이군요. 시간에 따라 편안함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궁금합니다.
이건 매우 중요한 질문입니다. 우리 연구에 따르면 약 40분이 임계점이에요. 아무리 좋은 의자에 앉아 있어도, 같은 자세가 40분 이상 지속되면 불편함이 눈에 띄게 증가합니다. 비행기 이코노미석처럼 움직임이 제한된 환경이라면 더욱 그렇고요. 
불편함은 시간에 따라 거의 직선으로 증가해요. 다만 의자가 몸을 잘 지지해주면 그 속도가 느려집니다. 40분마다 자세를 바꾸거나, 잠깐이라도 일어나서 움직여 주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불편함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헤드레스트는 어떤 역할을 하나요?
헤드레스트가 있으면 취할 수 있는 자세의 가짓수가 늘어납니다. 똑바로 앉아서 일하다가, 뒤로 기대어 잠시 생각하다가, 더 젖혀서 눈을 붙이는 것처럼요. 자세를 자주 바꿀 수 있다는 건 40분의 법칙에서 시계를 계속 리셋하는 것과 같지요.
특히 등판을 뒤로 젖힐 때 헤드레스트의 역할이 커집니다. 등판 각도가 110도에서 130도 사이일 때는 헤드레스트 유무에 따른 목 근육 활동 차이가 크지 않아요. 그런데 130도를 넘어가면 머리를 지탱하기 위해 목 근육이 더 많이 일해야 합니다. 뒤로 기대어 쉬고 싶다면 헤드레스트가 꼭 필요합니다.

일상적인 사무용 의자에서도 헤드레스트는 필수적일까요?
작업의 성격과 앉아 있는 시간에 따라 다릅니다. 10분짜리 컴퓨터 작업을 하고 바로 일어난다면, 헤드레스트가 큰 차이를 만들지 않을 거예요. 하지만 회의실에서 1시간 동안 앉아 브레인스토밍을 하고 중간중간 뒤로 기대어 생각을 정리한다면, 헤드레스트는 분명히 도움이 되죠. 관제실이나 콜센터처럼 장시간 앉아 있어야 하는 환경, 혹은 높은 위치에 있는 화면을 오래 봐야 하는 작업이라면 헤드레스트는 필수예요. 가끔 눈을 붙이거나, 잠시 쉬어야 할 때 반드시 필요하니까요.
헤드레스트 유무를 선택해야 한다면 ‘나는 이 의자에서 어떤 자세를 취하게 될까’를 생각해 보세요. 항상 똑바로 앉을 거라면 헤드레스트가 덜 중요할 수 있어요. 하지만 업무 도중 뒤로 기대어 쉬거나 재충전하는 시간이 있다면, 헤드레스트가 있는 의자를 선택하는 게 좋습니다.

헤드레스트가 사용자에게 오히려 방해가 되는 경우도 있는지 궁금합니다.
물론이죠. 헤드레스트가 고정된 채 머리를 앞으로 밀어내거나 어깨에 닿으면 문제입니다. 어깨를 움직일 공간이 줄어들고, 몸이 특정 자세로 굳어 버려요. 그래서 높이를 조절할 수 있는 헤드레스트를 선택하는 것이 정말 중요합니다. 사람들의 키는 천차만별이니까요. 네덜란드에는 키가 195센티미터인 사람도, 155센티미터인 사람도 있죠.

사무직 근로자들은 앉은 채로도 자세를 자주 바꿉니다. 말씀하신 대로 기대어 있을 때와 꼿꼿이 앉아 있을 때는 업무의 모드도 달라지죠. 자세는 창의성과 소통 등 업무 성과와도 관계가 있을까요?
이건 제 동료들이 더 많이 연구하는 분야인데, 흥미로운 결과들이 있어요. 서 있는 자세에서는 아이디어가 더 빠르게 떠오릅니다. 브레인스토밍처럼 많은 아이디어를 쏟아내야 할 때 좋죠. 하지만 아이디어가 조금 '거친' 경향이 있어요. 아직 다듬어지지 않은 날것의 아이디어들이요. 반면, 등판과 헤드레스트에 기대어 편안하게 앉은 자세에서는 아이디어가 더 차분하고 정돈됩니다. 깊이 생각하고, 아이디어를 검토하고, 정제하는 데 좋은 자세예요. 한편 갈등 상황에서는 걷는 게 도움이 되죠. 걸으면서 대화하면 갈등의 강도가 낮아진다는 연구가 있습니다. 어려운 대화를 해야 할 때 "잠깐 산책하면서 얘기할까요?"라고 제안하는 건 과학적으로도 좋은 전략이에요.
아이디어가 막혀 있다면, 자세를 바꿔보세요. 앉았다가 서고, 다른 방으로 가보는 것도 좋습니다. 방의 색상도 영향을 미쳐요. 강렬한 색상의 공간에서는 더 대담한 아이디어가 나오고, 차분한 색상의 공간에서는 더 신중한 아이디어가 나옵니다. 천장 높이도 중요해요. 높은 천장 아래에서는 사람들이 더 미래지향적이고 큰 그림을 그리는 아이디어를 냅니다. 낮은 천장 아래에서는 더 세부적이고 집중된 아이디어가 나오고요.
재미있는 건, 회의가 끝난 후 사람들에게 "벽이 무슨 색이었어요?" "어떤 자세로 앉아 있었어요?"라고 물으면, 대부분 기억하지 못한다는 거예요. 하지만 회의 결과물에서는 분명한 차이가 나타납니다. 무의식적으로 영향을 받는 거죠.

자세와 환경 뿐 아니라 헤드레스트도 사용자의 심리에 영향을 미치는군요. 
사람들은 헤드레스트를 지위의 상징으로 받아들이기도 해요. 원인에 대한 이론적 근거는 아직 없지만, 연구 도중 이러한 경향이 존재한다는 것을 측정했어요. 개방형 사무실에서 관찰한 결과, 높은 직급의 사람들이 헤드레스트가 달린 의자를 더 선호했죠. 암묵적인 규칙처럼 작동하더라고요. 예를 들어, 일반 직원들에게는 헤드레스트 없는 의자를 지급하고 부서장에게만 헤드레스트가 있는 의자를 주면, 미묘한 긴장감이 생깁니다. 아마 ‘저 사람은 더 편하게 앉을 자격이 있다’는 메시지로 읽히기 때문일 거예요.

ㅣ휴식과 앉음의 미래


헤드레스트와 자세, 휴식 사이에 이렇게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많았군요. 앞으로는 어떤 연구를 진행하실 계획인가요?
가장 기대되는 프로젝트는 재규어 랜드로버과 함께 개발 중인 '원-G(One-G) 의자'입니다. 앞서 이야기했던 BMW의 제로 그래비티 좌석은 무중력 상태의 자세를 재현하는 건데, 사실 우리는 무중력 환경에 살 수 없죠. 지구에는 항상 중력이 있으니까요. 이번 프로젝트에서는 ‘지구의 중력 환경에서 인체에 가장 부담이 적은 자세는 무엇일까?’라는 질문을 던졌습니다. 다양한 자세에서 사람들을 앉혀보고, 근육의 긴장도, 압력 분포, 편안함 평가 등을 측정해서 이상적인 각도들을 찾아냈어요. 최근 그 각도에 맞춰 발받침과 헤드레스트를 설계하고 있고요. 이 연구 결과는 자동차뿐 아니라 기차, 항공기, 심지어 휠체어에도 적용할 수 있어요. 

원-G 의자에서 헤드레스트의 역할은 무엇인가요?
전기차 시대가 시작되며, 차를 충전하는 동안 좌석에 앉아 낮잠을 자거나 쉬는 시간이 점점 더 늘어나겠죠. 앞서 이야기했듯 머리가 제대로 지지되지 않으면 목이 불편해서 깊이 잠들기 어렵죠. 원-G 의자의 헤드레스트는 완벽한 각도에서 머리를 받쳐주도록 설계됩니다.

자동차 산업에서는 현재 많은 변화가 진행 중이죠. 헤드레스트의 발전에도 영향을 미칠 것 같아요. 
자동차 헤드레스트는 안전이 최우선입니다. 뒤에서 추돌당했을 때 목이 뒤로 꺾이는 '채찍질 부상'을 방지하는 게 주된 목적이에요. 그래서 머리에 가까이 위치해야 하고, 충격을 흡수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야 합니다. 문제는 이 안전 요구사항 때문에 이상적인 편안함을 제공하기 어렵다는 거예요. 머리 바로 뒤에 딱딱한 것이 있으면 불편하잖아요. 그래서 자동차 헤드레스트는 어느 정도 타협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자율주행 시대가 오면 그 원칙이 보다 유연해질 수도 있어요. 운전자가 직접 운전하지 않으면, 좌석의 방향과 각도가 더 자유로워질 수 있으니까요. 그러면 편안함 중심의 헤드레스트 설계가 자동차에서도 가능해지겠죠.

“저는 헤드레스트가 사라지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요. 오히려 더 중요해질 가능성이 크죠.”


작년에는 직립 수면 연구도 진행하셨죠. 의자에 앉은 채 질 좋은 수면을 취할 수 있나요?
우리는 오랫동안 '잠을 자려면 완전히 누워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비행기 비즈니스 클래스에서 180도 펴지는 플랫베드가 인기 있는 이유였죠. 하지만 정말 그래야만 할까요? 사람의 수면은 약 90분을 주기로 순환합니다. 얕은 잠에서 깊은 잠으로, 다시 얕은 잠으로 돌아오는 한 바퀴가 약 90분인 거죠. 우리는 실험 참가자들에게 다양한 등판 각도에서 90분씩 낮잠을 자게 했어요. 결과는 놀라웠습니다. 등판 각도가 120도 이상이면, 수면의 질이 완전히 누운 상태와 비슷했어요. 
이건 실용적으로 큰 의미가 있어요. 침대가 없어도 좋은 휴식을 취할 수 있다는 뜻이니까요. 자동차에서 잠깐 쉬거나 사무실에서 낮잠을 잘 때, 좌석을 충분히 뒤로만 젖힐 수 있다면 괜찮은 거예요.

짧은 낮잠이 미래의 사무실에서 더 보편화될 수 있을까요?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15분에서 20분 정도의 짧은 낮잠이 오후의 집중력과 생산성을 높인다는 연구가 많아요. 몇몇 회사들은 이미 '낮잠 공간'을 두고 있죠.

오래 앉아있는 상태가 건강하지 않다는 맥락에서, ‘앉기는 새로운 흡연’이라는 말도 유행했잖아요. 사무용 의자 헤드레스트의 미래는 어떻게 보시나요?
OERC라는 사무실 인간공학 연구 협의회가 있어요. 전 세계 연구자들이 모여서 서는 게 좋은지, 앉는 게 좋은지 논의한 적 있었죠. 결론은 명확했어요. 하루 종일 서 있는 것도, 하루 종일 앉아 있는 것도 좋지 않습니다. 서 있으면 다리와 발에 문제가 생길 수 있고, 앉아 있으면 목과 허리에 문제가 생길 수 있어요. 핵심은 '변화'예요. 앉았다 서기를 반복하고, 가끔씩 걷는 것이 가장 좋죠.
그래서 저는 헤드레스트가 사라지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요. 오히려 더 중요해질 수도 있죠. 업무의 도구와 상황, 방식은 계속 다양해지고 있거든요. 똑바로 앉아 집중하는 시간, 뒤로 기댄 채 회고하거나 정리하는 시간, 잠깐 눈을 붙이고 싶을 때. 이 모든 자세에서 헤드레스트의 역할은 더 커질 거예요.

🪑 사용자의 질문에서 시작하는
앉음의 탐구 SITTING LAB

시팅랩은 앉음의 의미와 방법을 모색하는
시디즈의 콘텐츠 시리즈입니다.
사용자의 경험과 질문에서 시작해
의자와 앉음의 세계를 깊이 탐구해갑니다.

편안함과 쉼, 헤드레스트에 대하여
세계적인 인간공학 디자이너와
시디즈의 의자 전문가가
다양한 이야기를 준비합니다.



Interviewer
재커리 라이언 후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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