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티스트 노상호의 몰입과 휴식

아티스트 노상호의 몰입과 휴식

아티스트 노상호의 몰입과 휴식

“어떤 의자에 앉는지에 따라
마음가짐이 바뀌는 것 같아요.
작업실 의자에 앉으면 스위치가 켜지고,
소파에 앉으면 스위치가 꺼지죠.”

프리랜서는 주체적으로 시간을 관리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일과 일상의 밸런스가 무너지기 때문이죠.
일과 휴식, 몰입과 이완,
앉은 채 집중하는 시간과 가벼운 스트레칭 사이,
‘루틴’의 밸런스야말로 프리랜서의 삶을
튼튼하게 지키는 방파제입니다.

시각예술가 노상호 작가는 10년이 넘도록
루틴을 꼬박꼬박 지키는 삶을 살고 있습니다.
그 질서의 중심에는 의자 하나가 있습니다.
 
이름 노상호
직업 시각예술가, 비주얼 디렉팅 스튜디오 PIC 대표
앉는 이유 작업, 리서치, 독서
앉아 있을 때 루틴 50분에 한 번씩 일어나 스트레칭하기
선호하는 의자 작업 능률을 올려주는 편안한 의자
  

| 하루 10시간 앉아있는 사람


드로잉 위주의 세밀한 그림을 많이 그리는 편이다 보니, 앉는 자세로 작업을 하실 것 같아요. 하루에 몇 시간 정도 앉아 계시나요?

하루에 10시간 정도 앉아 있어요. 말씀 주신 것처럼 세밀한 표현을 주로 하다 보니, 집중하면 어깨가 말려 들어간 자세가 돼요. 그러다 보니 허리에 무리가 가고, 실제로 건강에 문제가 생기기도 했어요. 최근에 교정 운동을 시작하며 많이 회복했어요.

하루 10시간이라면 거의 온종일이네요. 하루 일과가 어떻게 되나요?

지금 사는 곳으로 이사 오면서 작업실을 집 안에 두었어요. 덕분에 눈 뜨자마자 작업을 시작할 수 있게 되었어요. 아침 시간이 가장 집중이 잘 되는 때라 개인 작업을 해요. 3시간 정도 하면 슬슬 산만해지기 시작해 씻고 점심을 먹어요. 그리고 오후에는 미팅이나 메일링 같은 사무적인 일, 외주 업무 등을 해요. 만약 오후 일과가 없다면 다시 개인 작업을 하고요.

회화나 페인팅 작업 외에도 3D 그래픽, AI 작업도 하시는데요. 앉는 자리가 달라지나요?

움직이는 걸 귀찮아해서 모든 활동을 한 의자에서 해요. 대신 의자를 둘러싼 3면에 드로잉 책상과 컴퓨터 책상, 작업대를 놓아 공간 분리는 했어요. 이렇게 한 의자에서 모든 일을 다 하기에 고심해서 의자를 구입했어요.

지금 쓰는 의자는 어떻게 선택하셨나요?
친구 사무실에서 우연히 앉아 보고 곧바로 ‘이거구나!’ 했어요. 한참 허리 디스크로 고생하고 있을 때였는데, 등판과 좌판이 몸을 받쳐 주는 느낌이 굉장히 편했어요. 실제로 구입해서 사용해 보니 팔걸이가 앞뒤로 움직여서 그림을 그리는 중간중간 팔을 두고 쉬기 좋더라고요.

몸을 뒤로 기대고 의자에서 쉴 땐 헤드레스트도 유용하죠.
맞아요. 원래 이 의자는 헤드레스트가 없는 제품이라 추가로 구입했어요. 작업할 땐 작업대나 책상 앞으로 몸이 기우는 경우가 많지만, 중간중간 휴식을 취할 땐 몸을 뒤로 기대곤 하죠. 몰입 사이 재충전을 할 때 사용하고 있어요.

ㅣ앉기와 서기 사이, 루틴의 중요함


아무도 시키지 않는데 스스로 의자에 앉는 거잖아요. 그게 쉽게 되는 편인가요?

대학 시절부터 지금까지 하루 6~8시간은 무조건 작업을 해 왔어요. 그래야 내가 직업인으로 시각예술가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요? 보통의 회사원들도 하루 8시간은 앉아 있잖아요. 그처럼 저도 제 일을 하는 시간을 지키려고 해요. 아니면 이런저런 후회를 하게 되니까요.

그래도 작업이 잘 풀리지 않는 날엔 오래 앉아 있기 힘들지 않나요?

오히려 더 오래 앉아 있게 돼요. ‘이게 왜 안 될까’를 고민하느라 일어나야 한다는 걸 잊게 돼요. 그러면 자세도 흐트러지고 허리에 무리가 가겠죠. 반대로 작업이 잘될 땐 1시간에 한 번씩 일어나 5분 정도 스트레칭을 하는 편이에요. 심리적으로 안정적인 상태이니까 스스로를 관리할 수 있는 거예요. 그래서 저는 안 되는 날, 잘되는 날 높낮이가 없는 ‘스테이블한 상태’를 지향해요. 매일매일 똑같은 루틴을 지키는 게 그 상태를 만드는 데 도움이 돼요.

현재의 앉기-서기 루틴이 자리 잡기까지는 어떤 시행착오를 거치셨나요?

작업실을 집 안에 두었다가 밖으로 옮겼다가 다시 집 안으로 들이기를 반복한 것처럼 루틴에도 수많은 변천사가 있었어요. 그래도 개인 작업 시간을 3시간 이상 갖는 건 15년 동안 해 왔어요. 시간을 카운팅해 업무에 쓴 노력을 체크하는 성격이라 루틴을 정할 때 시간 분배를 신경 써요.

흔히 루틴 있는 삶이라고 하면 새로운 자극이 없을 것 같단 편견이 있어요. 영감을 위한 새로운 자극은 어디에서 찾나요?

‘영감이 왔을 때 붓을 쥐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마치 정신과 육체를 분리해 생각할 수 없는 것처럼 그리기와 생각하기는 함께 가는 듯해요. 그리려고 의자에 앉아 있다 보면 생각이 떠오르고, 그걸 놓치지 않고 표현할 수 있죠. 그렇게 하루하루의 그림이 쌓여 하나의 작품이 돼요.

노상호 작가의 세 가지 앉음

휴식을 위한 의자, 카렐리아 소파

"거실에 있는 자노따의 카렐리아 소파는 빈티지 가구점에서 구입했어요. 사실 앉기에는 편해 보이지 않았는데 물결 모양의 디자인이 흥미로워 인테리어 소품으로 좋겠다 싶었죠. 1966년, 핀란드 출신 디자이너가 자신의 고향에서 영감을 받아 디자인을 했다고 하더라고요. 막상 집에 두고보니 자주 앉게 되어, 책을 읽거나 음악을 듣는 등 휴식을 취할 때 사용하고 있어요."    

환대와 협업을 위한 의자, 팬톤 체어

"작업실에 여러 개 놓아둔 하얀색 플라스틱 의자는 비트라의 팬톤 체어입니다. 1960년대 베르너 팬톤이 디자인한 제품인데, 디자인부터 제조 방법까지 당시엔 혁신적인 시도였다고 들었어요. 손님들이 방문하거나 미팅을 할 때 사용하고 있어요."

작업을 위한 의자, 뉴에어론

"허먼밀러 뉴에어론은 가격대가 있기 때문에, 오랫동안 고심하다 구입했어요. 이 의자를 쓰기 전까지는 허리 디스크 때문에 고생을 많이 했는데 실제로 몸이 많이 좋아졌어요. 등판과 좌판을 제 몸에 맞춰 세밀하게 조정할 수 있을 뿐더러, 탄성이 있어 허리를 딱 잡아주거든요. 그럼에도 오래 앉아 있는 게 좋지 않다고 해, 한 시간에 한 번씩 일어나 스트레칭을 하려고 노력 중이에요."

ㅣ의자는 나의 스위치


지금까지 이야기를 들어보면, 언제 쉬는지 궁금해요.

개인 작업뿐만 아니라 워낙 다양한 일들을 하고 있다 보니 쉴 시간이 부족해 힘들 때도 있어요. 그래서 쉬는 것도 하나의 일처럼 루틴하게 하려고 노력한 적도 있어요. 사람이 계속 일만 하다 보면 어느 순간 어떻게 노는지 잊게 되거든요. 노는 것도 일종의 근육이라 관리해 줘야 해요.

노는 근육을 어떻게 관리하셨나요?

제가 게임을 좋아하는데 언제부턴가 바쁘다고 게임을 사 두기만 한 걸 깨달았어요. 게임을 컬렉팅하는 걸 좋아하는 게 아닌데 말이죠. 그래서 하루에 30분씩 무조건 게임을 했어요. 플레이스테이션이나 스위치 같은 기기는 오직 게임만 플레이된다는 점에서 몰입하기 좋은 듯해요. PC로 게임을 하면 다시 일로 돌아가기 쉬우니까요.

게임은 주로 어디에서 하나요? 일할 때 사용하는 것과는 다른 의자겠죠?

안방이나 거실에 있는 소파에 편안하게 앉아서 해요. 소파에서 책을 읽기도 하는데, 순수한 재미를 충족할 수 있는 소설을 봐요. 일과 관련된 독서는 무조건 작업실 의자에 정자세로 앉아 하는 편이죠. 이야기하다 보니 어떤 의자에 앉는지에 따라 마음가짐이 바뀌는 것 같네요. 작업실 의자에 앉으면 스위치가 켜지고, 소파에 앉으면 스위치가 꺼지고요.

집 안에 일터가 있다 보니 스위치를 끄는 게 쉽진 않을 듯해요.

외주 업무나 회사 일 등은 일부러 끌 때도 있어요. 안 그러면 건강이 나빠지니까요. 그렇지만 개인 작업을 하는 오전 3시간은 단 한 번도 멈춰 본 적 없고, 그럴 생각도 없어요. 하루 3시간 동안은 그림을 그리는 일, 그게 제가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하루거든요. 지금처럼 살다 보면 언젠가 그 꿈을 이룰 수 있겠죠. 그러면 일과 쉼의 밸런스가 잘 맞을 것 같아요.

결국 작가님에게 앉음의 행위는 어떤 의미일까요?

제게 앉음은 ‘일하는 상태’와 동일한 의미인 듯해요. 그래서 서 있는 자세로 이메일이나 SNS를 확인할 때도 ‘앉아 있다’고 스스로 인식하고요. 반면 혼자 쉴 때는 앉은 자세를 취한다 해도 ‘누워 있다’고 느껴요. 그러고 보니 제게 ‘앉음’의 반댓말은 ‘서 있음’이 아니라 ‘누워 있음’인 것 같아요. 생산과 휴식, 몰입과 이완, 결국 앉거나 눕거나 둘 중 하나를 하며 매일을 보내는 거죠.
  

"의자 위에서 좀 더 편안하게 일하고 
안락하게 쉴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요?"


🪑사용자의 질문에서 시작하는
앉음의 탐구 SITTING LAB
시팅랩은 앉음의 의미와 방법을 모색하는
시디즈의 콘텐츠 시리즈입니다.
사용자의 경험과 질문에서 시작해
의자와 앉음의 세계를 깊이 탐구해갑니다.
'앉음 속의 휴식'을 묻는 노상호 작가에게
세계적인 인간공학 디자이너와
시디즈의 의자 개발자가 대답을 준비합니다.
'노상호 작가의 시팅랩 해답편'은
2026년 2월과 3월 차례로 공개될 예정입니다.





Editor
권아름 Photographer 김경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