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가 김승회 인터뷰 : 교육 공간과 의자

건축가 김승회 인터뷰 : 교육 공간과 의자

건축가 김승회 인터뷰 : 교육 공간과 의자

“아이들이 앉는 방식은
교육의 배경이 아니라 콘텐츠입니다.”

아이들이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곳은 학교,
가장 오래 앉아 있는 장소는 교실의 의자입니다.
교실의 의자에 앉아 공부를 하고 친구들을 만들고
꿈을 찾으며 한 사람의 어른으로 성장해 갑니다.

10여 년 전부터 학교 공간이 변화하기 시작했고,
그 변화의 중심에 건축가 김승회가 있었습니다.
혁신적 교육 공간을 설계하는 한편
‘서울 교육 공간 및 건축 자문관’으로서
교실 개선 프로젝트를 총괄해온 김승회 건축가와 함께
교육과 공간이 어떻게 변화하고 있으며
아이들의 의자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긴 시간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건축가 김승회

1995년 경영위치건축사사무소를 설립했으며, 2003년부터 서울대학교 건축학과 교수로 재직했습니다. 김수근 문화상, 한국건축가협회상, 건축문화대상 등 다수의 건축상을 받았습니다. 이우학교, 이화여자외국어고등학교, 다니엘학교 등 혁신적인 교육공간을 설계했으며, 2016년부터 서울시 교육청 '서울 교육 공간 및 건축 자문관'으로 활동하며 '꿈담교실' 프로젝트를 총괄 기획했습니다. 2019년에는 제 3대 서울시 총괄 건축가로 위촉되어 서울의 공간 정책 전반에 대한 자문과 조정 역할을 수행했습니다.

“아이들에게 다른 의자는 다른 경험이 됩니다”


공공 건축, 그 중에서도 교육 환경을 개선하는 프로젝트에 활발하게 참여해오셨습니다. 서울시 교육청의 건축 자문관으로서 교실이라는 공간의 실제적 변화를 주도하시기도 했어요. 교육 환경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있으신가요?
20여 년 전 처음으로 교육 공간 프로젝트에 참여했습니다. 분당의 이우학교 설계였지요. 하지만 그 한참 전부터 학교의 중요성과 학습 공간을 잘 설계하고 싶다는 마음을 품고 있었습니다. 저도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학창 시절을 학교에서 보냈으니까요. 
지금까지도 또렷하게 남아 있는 기억이 있어요. 중학교 3학년 때 교장 선생님이 새로 오셨는데, 부임하신 후 학교 환경을 바꾸는 일에 계속 열중하셨어요. 꽃밭에 좋은 꽃을 심는다든가, 교사 휴게실을 만들어 70년대에 귀했던 소파를 배치하고… 권위적인 시대였는데도 불구하고 학생들의 환경, 교사들의 공간에 신경을 많이 쓰셨지요. 그랬더니 학교가 정말로 바뀌기 시작했어요. 학생들의 생활이 즐거워지고 선생님들도 교육에 더 의욕적으로 임하셨죠. '아, 환경이라는 게 굉장히 중요하구나' 하고 느꼈던 계기였습니다. 

그 시절 의자에 대한 기억도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내게 익숙한 의자와 다른 곳에 앉았던 경험들이 기억 납니다. 교실에 있는 시간이 길었다 보니, 수업 시간이 끝나면 다른 의자들을 계속 찾았죠. 음악실의 긴 나무 의자에 친구 네다섯 명이 다닥다닥 붙어 이야기를 나눈다거나, 방과 후 미술실 의자에 앉아 시간을 보내기도 했죠. 획일적인 교실 의자와는 다른 형태와 기능의 의자들이 더 다양한 경험과 기억으로 이어진 셈입니다. 
건축가로서 학교를 설계할 때도 비슷하게 생각합니다. 똑같은 의자, 똑같은 책상 대신보다 다양한 가구가 있었으면 하죠. 이제 교육 공간은 그저 기능적인 장소가 아니라 학습의 콘텐츠가 되어야 합니다.

“공간과 가구는 곧 교육의 콘텐츠입니다”


아이들이 '어디에, 어떻게 앉느냐'가 교육에 영향을 준다고 보시나요? '공간이 교육의 콘텐츠'라는 이야기를 조금 더 듣고 싶습니다.
2000년대 영국 정부는 교육 환경을 대대적으로 개선했습니다. 국가에서 관여할 수 있는 모든 학교를 고쳤어요. 사회의 변화에 맞춰 다양한 재능과 역량을 길러내야 한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사업이었죠. 아이들의 다양성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주입식 수업을 개별 학습으로 전환해야 했어요. 그런데 성공적인 개별 학습을 위한 기본 전제가 공간의 변화였어요. 과학 중심의 코스, 어학 중심의 코스 등 하나의 학교 안에 다양한 커리큘럼을 만들어야 하잖아요. 그러면 각 교과를 위한 공간의 조건도 달라야 되거든요. 디지털 미디어를 강조하는 학습이면 그 공간 자체가 디지털 미디어 환경을 만들어줘야 하는 것처럼요.
20세기에는 학교 환경을 기능적으로만 봤어요. 학생들을 가르칠 교실이 있고, 오래 앉혀둘 의자와 책상이 있으면 됐죠. 교육과 건축이 별개의 문제였는데, 지금은 한 몸처럼 같이 움직여야 해요. 교육의 목표와 전략뿐 아니라 전술까지도 공간과 결부되어 있기 때문에, 결국 학교 공간이 커리큘럼 체계를 같이 포함하는 거죠.

한국에서도 비슷한 변화가 있었나요?
영국이 먼저 치고 나갔고, 세계 각국의 교육 기관들이 그 움직임에 동참했지요. 우리나라도 똑같은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었어요. 그래서 학교 공간을 개선하자는 큰 무브먼트가 2017년 때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됐어요. 초등학교부터 중학교 교실, 교무실, 나아가 학교 전체의 공간을 바꿔가는 ‘꿈담교실’ 프로젝트였어요. 장학사와 장학관 여러 분과 협의하는 과정에서 한국 교육의 목표도 이미 ‘개별학습’, ‘디지털 미디어’, ‘커리큘럼의 다양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저는 2019년까지 총괄건축가로 참여했는데, 다양한 건축가들이 참여하며 변화와 개선의 흐름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꿈담교실 프로젝트 진행 과정 중 특별히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으신가요?
개선 사업을 시작하기 전 엄청난 규모의 설문조사를 했어요. 학생 5000명 정도를 대상으로 ‘학교에서 가장 좋아하는 공간’이 어디인지 조사했지요. 운동장이나 매점, 도서관 정도를 생각했는데, 설문 결과는 모두의 예상을 깼습니다. 주관식 문항이다 보니, 너무도 다양한 ‘제 3의 대답’들이 있었던 거예요. 예를 들면 어떤 아이는 ‘오후 두 시쯤 학교 옥상으로 올라가는 계단에 비치는 햇빛’이 좋다고 했어요. 또 누군가는 ‘화단 가장 안쪽에 있는 벤치’라고 답했고요. ‘나와 내 친구들만 아는 특별한 공간’이었던 거죠.
교육을 위한 공간을 잘 짜는 것을 기본으로 두되, ‘정의되지 않는 공간’을 교실과 교정에 많이 만들어야겠다는 깨달음을 얻었어요. 아이들이 친구들과 만나고, 앉고, 또 자기 혼자 머물 수 있는-열린 공간, 열린 의자들. 정의되지 않는 '앉는 공간'이 다양하게 허용될수록 건강한 환경인 것이죠.

History of Sitting and Classroom Architecture

아이들이 스스로 옮길 수 있는 의자
1907년, 몬테소리 '어린이의 집'
1907년 로마 산 로렌초, 마리아 몬테소리는 아동 체형에 맞춘 가구를 도입한 최초의 교육 공간을 열었습니다. 의사이자 교육학자였던 그녀의 핵심 통찰은 명확했습니다. 아이들이 스스로 의자를 옮기고 원하는 곳에서 활동할 때 집중력과 자율성이 높아진다는 것. 몬테소리는 이를 '준비된 환경(prepared environment)'이라 명명했고, 가구는 그 환경의 핵심 요소였죠.  낮은 선반, 아이 손에 맞는 도구, 이동 가능한 작은 테이블과 의자, 이 모든 것은 아이를 능동적 학습 주체로 보는 관점의 물리적 구현이었습니다.
찰스 임스가 디자인한 초등학교 의자
1940년, 크로우 아일랜드 스쿨
미국 일리노이주의 크로우 아일랜드 스쿨은 진보주의 교육과 모더니즘 건축의 완벽한 결합으로 평가받습니다. 건축가 엘리엘·에로 사리넨은 설계 초기부터 상당 시간을 수업 관찰과 교사·학생과의 대화에 할애했고, 건물의 모든 디테일이 아동 심리학에 대한 깊은 관심을 반영했죠. 특히 찰스 임스가 설계한 가구들은 당시로서 파격적인 디자인을 도입했습니다. 교실 의자는 임스가 그 유명한 '성형 합판 기술'을 처음 적용한 사례로, 기존 의자들에 비해 착좌감이 크게 개선되었습니다. 성인용 의자의 크기를 줄이는 대신 아이들의 움직임과 자세를 관찰한 후 디자인한 결과였지요. 크로우 아일랜드 스쿨은 초등학교 건축과 가구를 재정의한 사례였습니다.
아이들에게 아름다움을 가르치는 의자
1957년, 뭉케고르 스쿨 
아르네 야콥센은 건축가로도, 가구 디자이너로도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습니다. 덴마크의 뭉케고르 스쿨은 야콥센이 건축부터 가구, 조경까지 총체적으로 설계한 작품이었죠. 야콥센은 '아름다운 환경에서 자란 아이들이 미적 감수성을 가진다'고 믿었는데, 그 철학이 반영된 결과물 중에는 의자도 있었습니다. 지금도 널리 사랑받고 있는 모스키토 체어와 텅 체어가 이 학교를 위하여 처음 디자인되었거든요. 두 의자 모두 건물의 격자형 구조와 대비를 이루도록 곡선이 강조되었습니다. 또한 야콥센은 의자 사이즈를 학년별 3가지씩 제작하여, 아이들의 빠른 성장에 대응할 수 있도록 배려했습니다.
의자와 책상이 된 계단
1983년, 헤르만 헤르츠베르허의 아폴로 스쿨
아폴로 스쿨의 건축에는 현대적인 교육 철학이 반영되었습니다. 네덜란드 건축가 헤르만 헤르츠베르허는 의자라는 개별 가구를 넘어, 학교 내 '앉을 수 있는 모든 곳'을 주목했지요. 앉는 방식이 다양해질 때 아이들의 사회적 관계가 더 풍성해지리라 믿었기 때문입니다. 아폴로 스쿨의 중앙계단은 단순한 통로 아니라 강당이자 벤치, 책을 읽는 공간으로 기획되었습니다. 창틀과 복도 벽면 등 틈새 공간의 높이를 조정하여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걸터 앉을 수 있도록 설계했고요. 새로운 시대의 교육과 앉음의 의미를 담은 건축이었습니다.
아이들의 더 자유로운 앉음을 위하여
2012년, 사우날라티 스쿨
핀란드는 현재 교육 철학과 학교 건축 통합의 최전선에 있습니다. 자율성과 다양성, '어디에서나 배울 수 있다'는 개념 등 교육의 새로운 방향성이 건축과 가구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고 있죠. 그 대표 사례가 베르스타스 아키텍트가 설계한 사우날라티 스쿨입니다. 전통적 학교 책걸상 대신 큰 쿠션과 빈백, 창가 좌석이 설치되어, 아이들의 신체 활동을 장려하는 한편 움직이며 배우는 '현상 기반 학습'을 지원합니다. 대부분의 가구는 가볍고 바퀴가 달려 있어, 수업 내용에 따라 개별 학습으로 전환하거나 아이들이 직접 옮길 수 있지요. '바른 자세로 앉는 도구'에서 '휴식과 놀이, 협업을 위한 도구'로 의자의 역할이 진화한 것입니다.

“수업이 바뀌면 의자도 바뀌어야 하죠”


학교가 바뀐 후 학생들의 변화를 실감하셨나요?
꿈담교실의 시작과 끝은 설문이었어요. 사업의 사후 평가도 중요하니까요. 그런데 대부분의 반응이 굉장히 긍정적이었어요. 학교가 좋아지니 선생님들도 수업 설계와 수행에 더 열정적으로 임하고, 아이들의 공동체와 면학 분위기도 좋아졌죠. 사업을 먼저 시행한 학교에 입학하기 위해 다른 동네의 학생들이 이사를 올 정도였으니까요. 
교실을 거칠게 사용하거나 벽을 발로 차는 등 학생들의 태도가 좋지 않은 학교들도 변했어요. 누가 교실을 어지럽히면 학생들끼리 ‘그러지 말자’고 이야기했다는 설문 결과가 있었죠. 직접 설문조사에 참여하고 학교를 만드는 과정의 일원이 됐다고 느낀 덕분이었어요. 학교는 교육의 공간인 동시에 ‘시민이 되어 가는 장소’잖아요. 공동체의 기본 원리를 배우고, 협업하는 법을 깨닫고, 어른이 된 후 잘 살아갈 마음의 힘을 기르는 장소. 사업의 주요 목표 중 하나도 ‘학생들이 어른-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는 공간'이었어요.

학교를 변화시키는 방식 중 교실 가구의 역할이 중요했던 경우가 있었을까요?
그럼요, 가구의 기능과 배치도 무척 중요하지요. 기존의 수업에서는 선생님이 앞에서 가르치고 아이들은 줄 맞춰 앉은 채 이야기를 듣는 방식이었어요. 그런데 새로운 교육 방식에는 커리큘럼이 다채롭고 토론 수업이 많단 말이에요. 고정된 자리에 고정된 자세로 고정된 강의를 듣는다면, 가구도 바뀔 필요가 없죠. 근데 수업의 내용이 계속 바뀌니까 가구의 배치도 바뀌어야 되고, 그러면 가구 배치를 계속 달리하기에 좋은 가구가 돼야겠죠. 
꿈담교실 프로젝트에는 정말 다양한 케이스들이 있었어요. 여수 장도초등학교는 '미래 학교'로 불리는 곳인데, 수업 방식이 마치 국제회의 같아요. 학생들이 동그랗게 앉아서 서로 발제하고 토론하죠. 그런데 그 수업에 맞는 동그란 테이블이 시중에 없으니까, 학교에서 인조석으로 직접 만들었대요. 토론을 위한 원탁으로 재배치할 수 있도록 책상 형태를 사다리꼴로 디자인한 학교도 있었고, 박스형이라 차곡차곡 쌓으면 무대가 되는 교실 의자도 있었고요. 가구이지만 동시에 공간이 되는 거죠. 다양한 교육이 다양한 형태의 가구를 요구하는 시대가 된 거예요.

의자의 역할과 필요한 기능도 달라질 것 같아요. 
그렇죠. 좋은 교육용 의자의 인간공학적 조건들이 여럿 있다고 봐요. 
가장 먼저 좋은 자세를 위한 고려가 첫번째라고 생각해요. 잘못된 자세가 지속되면 어른이 된 이후 삶의 질에 영향을 미칠 수 있고, 학습을 위한 집중력에도 지장이 있으니까요. 가구의 무게와 사이즈도 중요해요. 초등학생이 들 수 있는 무게에는 한계가 있잖아요. 아이들이 주체적으로 의자를 옮기고 배치하기 위해 얼마의 무게가 가장 적절한가, 고등학생이 감당할 수 있는 무게는 얼마인가…. 초등학생부터 중학생까지 신체 치수가 급격하게 변하는 시기이니, 의자에 높이 조절 기능이 필수적일 테고요. 다른 한편, 의자가 변화하는 교육 환경에 잘 적응할 수 있어야 해요. 가구의 이동이 점점 중요해지는 상황에서 의자에 바퀴를 달아야 하나 없애야 하나 - 고정된 의자는 움직이기 힘들 텐데, 바퀴가 4개 붙어 있으면 계속 움직여서 공부에 집중하기 어려울 테고… 요즘에는 바퀴가 두 개만 달린 의자와 책상이 나와 움직이기에도 고정하기에도 편리해졌죠. 이런 고민 하나하나에 대한 깊이 있는 연구가 있었던 결과라고 봅니다.

좋은 의자의 대원칙은 어른들의 의자에도 변함 없이 적용될 거예요. 선생님은 작업실에서 어떤 의자를 사용하고 계시나요?
2014년에 디스크가 생겼어요. 그때 의자를 바꿨고, 이후로 의자의 중요성을 훨씬 절실하게 느끼고 있습니다. 마침 시디즈 의자를 14년째 쓰고 있어요. 하하. 최근 방석이 낡아서 교체하려고 했는데, 같은 모델은 이미 단종되었더라고요. 결국 비슷한 방석을 구해서 어제 막 갈아 끼웠어요. 사무실 매니저가 '그냥 새 의자로 바꾸시라'고 했는데, 방석 말고는 다 멀쩡해서 양심상 통째로 바꾸기가 어렵더라고요.

“미래의 학교에는 더 다양한 앉음이 존재할 거예요”

건축가로서, 아이들은 어떤 의자 위에 앉아야 한다고 생각하실까요? 
아이의 성장에 맞춰 조정할 수 있는 유연한 의자, 허리와 목 건강에 해롭지 않은 의자, 여기까지가 최소 필요 조건이겠죠. 그 후엔 ‘아름다운 의자’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인간공학적 의자에 대한 생각은 앞서 들려주셨는데, ‘아름다운 의자’는 왜 필요할까요? 
제가 건축가라는 직업을 선택하게 된 계기 중 하나는 중·고등학교 시절 레코드판을 모으던 취미였다고 생각해요.  처음 전축을 선물 받아 레코드를 모으기 시작했는데, 우리나라 디자인 산업이 미미하던 1970년대에 해외 레코드 커버들을 보며 많은 자극을 받았죠. 가구도 똑같다고 생각하거든요. 디자인이 잘 된 가구를 사용하며 아이들은 좋은 비례감과 아름다움을 알게 모르게 배우잖아요. 저는 학교에 아름다운 의자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아름다움을 만드는 여러 방법 가운데 다양한 소재를 쓰는 게 특히 중요하다고 보고요. ‘더 심미적인 환경이 필요하다’고 할 때 컬러로 해결하는 게 가장 저렴하고 쉽거든요. 알록달록하게 벽을 칠한다거나, 컬러풀한 가구나 소품을 좀 놓는다거나. 하지만 더 다양한 소재에 앉았을 때의 감각적이고 심리적인 영향을 아이들이라고 모를까요? 지금은 플라스틱 등 석유에서 나오는 소재를 많이 사용하는데, 가죽이나 패브릭 등 자연 소재를 부분적으로라도 활용하면 좋겠어요. 

미래의 학교와 의자는 어떻게 변화하리라고 예상하시나요?
건축가들의 작업은 ‘미래의 일’이에요. 프로젝트를 완공하려면 몇 년이 걸리고, 그게 또 오랫동안 사용되니 향후 몇십 년의 미래를 생각하면서 해야 돼요. 그런데 요즘 AI로 인한 사회적 변화가 급격하죠. 가끔 저는 이 세상이 어떻게 바뀔까 무서워요. 교육의 목표와 방식도 완전히 달라질 것 같고요. 몇 년 후의 미래도 자신만만하게 전망하기 어려운 시대가 되었지만, 최근 ‘특정 공간에 얽매이지 않는 일과 학습’에 대해 종종 생각하고 있어요. 
기술의 발전으로 재택 업무가 얼마든지 가능하게 되었잖아요. 작업 환경이 집일 수도, 호텔일 수도 있죠. 교육 공간도 점차 그렇게 변화하지 않을까요? 홈스쿨링이 예전과 다른 형태로 부상할 수도 있고, 미디어나 AI가 새로운 교수 방식을 개척할 수도 있고요. 즉 ‘교실이 곳곳에 있다’는 거죠. 그런데 어디에서 공부하든 의자는 필요하죠. 우리가 육체를 가진 존재라는 건 변하지 않으니까요. 비슷한 시기에 성장할 테고, 나쁜 자세는 똑같이 몸을 망가뜨릴 테고요. 결국, 더 다양한 장소에서의 더 다양한 의자와 앉음이 요구될 것 같아요.

배움을 설계하다 :
건축가 김승회의 교육 공간들

이우학교, 2003년 완공
‘벗과 함께'라는 뜻의 이우(以友)학교는 1997년부터 교육운동가, 시민, 교수, 기업가 약 100인의 자발적 기부와 계획으로 시작된 도시형 대안학교입니다. 김승회 건축가는 학교의 모든 환경이 그 자체로 학생들의 교재가 된다는 생각으로 ‘텍스트로서의 건축'이라는 개념을 적용했습니다. 빨간 철골 구조의 테라스, 넓은 유리창과 나무 벽이 섞인 외벽 등은 기존 학교 건축의 틀을 깨는 설계가 돋보였습니다. “이우학교의 1학년 교실은 복도를 통하지 않고 마당으로 걸어나갈 수 있도록 설계했어요. 2학년 교실은 복도 쪽이 마당이랑 붙어 있고, 3학년 교실에는 테라스가 있었죠. 교실과 외부 공간의 관계가 달라진 거예요.” 학교의 선명한 교육 철학과 건축적 방법론이 합일된 사례로, 교육과 건축이 한 몸처럼 움직여야 한다는 김승회 건축가의 신념이 구현된 첫 번째 학교 프로젝트였습니다.
이화여자외국어고등학교 볼드윈관, 2007년 완공
1886년 설립된 이화학당의 역사를 잇는 이화여자외국어고등학교에 2007년 들어선 볼드윈관은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는 교육 공간입니다. 지하 2층, 지상 3층 규모의 ㄷ자 형태 건물로, 연면적 약 4만 제곱미터에 달하는 대규모 프로젝트였습니다. 건물의 가장 큰 특징은 ㄷ자 형태 중앙에 위치한 '하늘계단’으로, 학기 초 공연 무대가 되기도 하고 동아리 캠페인 활동 장소가 되기도 하며 점심시간에는 학생들의 휴식 공간이 됩니다. 정의되지 않은 열린 공간이 학생들에게 다양한 경험을 선사한다는 김승회 건축가의 철학이 반영된 설계였습니다. 한편, 색유리를 활용한 외관은 학교 홍보물에 반드시 등장하는 상징이 되었습니다.
다니엘학교, 2019년 완공
수원 영통구 공업지대 한복판에 들어선 다니엘학교는 예인교회에서 운영하는 대안학교입니다. 타원형 저층부 디자인을 통해, 직사각형의 반듯한 기존 학교와 달리 기성 교육의 틀을 깨겠다는 대안학교의 정체성을 형태로 표현했습니다. 또한 내부 공간을 잇는 '트랙'은 단순한 복도가 아니라 학생들의 놀이 공간이자 휴식 공간, 교육 공간으로 기능합니다. 3개 층으로 열린 중정은 각 층마다 테라스를 만들며 빛과 바람이 드나드는 입체적인 마당이 됩니다. 교실 안에는 알코브 같은 작은 공간을 하나 끼워넣어, 공간과 모듈의 변화로 다양한 목적과 규모의 수업이 가능하도록 설계했습니다. “한 반이 스무 명인데, 때로는 선생님 두 분이 두 반으로 나눠 토론식 수업을 하기도 하죠. 수준별로 세 반을 나눠 영어 수업을 하거나, 1~3학년이 모여 다 같이 수업을 듣거나…” 김승회 건축가는 "공장지대 한복판에 지역 공동체의 중심 공간과 미래를 위한 학교를 만들어가는 과정이 무척 보람됐다"고 회고했습니다.

🪑사용자의 질문에서 시작하는
앉음의 탐구 SITTING LAB

​시팅랩은 앉음의 의미와 방법을 모색하는
시디즈의 콘텐츠 시리즈입니다.
"아이들은 어떤 의자에 앉아야 할까"라는
사용자의 질문에서 시작해
공공 건축가의 공간과 의자에 대한 철학,
학습용 의자 공학에 대한 작은 백과사전,
교육 공학자의 앉음 연구 컬럼까지
의자와 배움의 세계를 깊이 탐구해갑니다.



Photographer
김경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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