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기 전에 박정수 대표가 말하는 진짜 가치 있는 순간

녹기 전에 박정수 대표가 말하는 진짜 가치 있는 순간

앉아야 일어나는 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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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th. 펑거스
녹기 전에 박정수 대표가 말하는 진짜 가치 있는 순간

"어쩌면 진짜 가치 있는 순간은 앉아서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일 겁니다."

세상에 휩쓸리지 않고 자신과 독대하며 시간을 보내는 방법
녹기 전에 대표 박정수
우리는 바쁘고 빠르게 돌아가는 세상 속에서 자꾸 뭔가를 해야만 할 것 같은 불안감에 휩싸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변화에 그저 따라가기만 한다면 정작 자기 자신을 놓치고 마는 경우가 있죠.

정작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이따금 점검할 필요가 있는 요즘,
녹기 전에 박정수 대표와 함께 세상에 휩쓸리지 않기 위한 '잠시 멈춤' 버튼을 눌러보세요.

| 염리동 그 집! 아이스크림 가게의 정체는?

안녕하세요. 저는 서울 마포구 염리동에서 ‘더 나은 아이스크림 생활’을 추구하는 아이스크림 가게, ‘녹기 전에’를 운영하고 있는 박정수라고 합니다. SNS나 매장 손님들께는 녹싸(=’녹’기 전에 ‘싸’장님🍦)라는 닉네임으로 더 많이 불리고 있어요.

| 400여 가지 메뉴로 재미까지 한입!

저희 매장은 400여 가지가 넘는 메뉴를 만들었고 그것들을 매일 10가지씩 추려서 다채롭게 쇼케이스를 채워나가고 있어요. 고수, 콜드브루, 쑥절미, 오렌지 딜버터 아이스크림 등 메뉴가 매우, 아주, 정말 많은 것이 하나의 특징이죠.
이미지 출처: 녹기 전에 인스타그램 @before.it.melts
제품을 넘어 손님과 나누는 친밀감을 통해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는 것이 또 하나의 특징입니다. 점점 거래가 교감이 아닌 제품을 위한 장치로 전락하고 있는 시대에 접객과 태도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함께 일하는 동료들과 나누기 위해 최근에 '좋은 기분'이라는 접객 가이드를 만들기도 했어요.
때론 의아하다 싶은 일들을 하기도 하는데요, 그 중 하나가 바로 '나무심기🌳'입니다. 마포구 서쪽 끝에 위치한 노을공원에서 나무를 심는 시민단체인 노을공원시민모임(이하 노고시모)와 함께하고 있어요. 특별히 저희가 무언가 협약을 맺은 건 아니구요. 매달 손님들과 함께 나무를 심고 또 나무를 심고 오신 분들께는 매장에서 작은 혜택을 드리고 있습니다.

| 시간의 유한함을 알려주는 아이스크림

어렸을 땐 아이스크림이 토템 같은 거였어요. 왜 영화 인셉션을 보면 팽이를 돌려서 현실인지 꿈인지를 파악하잖아요. 아이스크림은 저에게 시간이 흘러가고 있다는 상징적인 메시지를 늘 주었습니다. 녹는다는 현상이 시간의 흐름의 시각적 형태였으니까요.
저는 아이스크림으로 계속해서 사람들에게 시간이라는 화두에 대해 생각해 볼 거리를 던져드리고 싶어요. 이를테면 삶과 죽음, 순간과 영원같이 거대하고 평소에 하기 힘든 중요한 질문들 말이죠.

| 아이디어의 시작은 앉음으로부터

저는 사람들이 행동하는 것, 하고 있는 생각 등이 어떤 마음가짐이나 태도에서 출발했는지 너무 궁금해요. 이것은 아이디어를 다룰 때도 마찬가지죠. 아이디어란, 출처가 불분명하고 갑작스럽게 튀어나온 '신박한' 그 무엇이 아니라, 삶과 사물을 대하는 태도가 '빼꼼'하고 드러나는 순간이죠.
그렇다 보니 온라인 서칭을 하다가 아이디어가 떠오르기보다는 오히려 의자에 앉아서 고요히 내면을 들여다보거나 생각을 할 때, 그리고 책을 읽을 때 더 아이디어가 많이 샘솟는 편입니다. 몸을 느린 상태로 만들면 내부에서 아이디어가 자연히 차올라요.

| 더 나은 접객을 위한 앉음

오전에 앉아있는 시간은 사유하는 시간이지만, 매장 운영 도중에 앉아있는 시간은 물리적으로 몸을 쉬게 하는 시간입니다. 지나치기 쉽지만 사실 이게 정말 중요하죠.
접객으로 하루를 온전히 채우는 사람은 자기 몸이 평온함을 찾지 못하면 태도의 균형이 순식간에 깨져요. 틈틈이 앉아서 몸과 마음의 정렬을 가다듬는 것이 하루 종일 일하면서도 최선을 다해 손님을 응대할 수 있는 비결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좋아한다는 것'

앞으로 ‘좋은 일을 하면서도 비즈니스를 이어갈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려고 손님들과 가치관이나 의식을 많이 교류하고 있어요.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도 즐겁게 살기 위한 방법은 생각보다 간단하죠. ‘좋아한다’는 말의 정의 자체를 조금 바꿔서 어떤 일의 좋은 점을 좋아한다는 게 아니라 그 일의 가장 나쁜 부분, 어려운 부분, 시덥잖은 부분까지 좋아할 때 비로소 진짜 좋아한다 생각하면 좋아하는 일을 진짜 즐겁게 할 수 있게 됩니다.

| 성장을 넘어 생장으로

요즘 시대의 성장은 수십 년 전 실제로 고성장이 가능했던 제조업 기반의 시대와는 달리 실제로는 전혀 나아가지 못하는 자맥질에 가깝습니다. 아무리 노력해도 제자리걸음인 경우가 많죠. 특히 브랜딩으로 촉발된 성장이라는 슬로건이 사람들로 하여금 더 내달릴 것을 부추기지만, 우리는 어디로 향해가는지도 모른 채 달리고만 있어요.
중요한 것은 무엇을 보여주거나 무엇처럼 보이기 위한 성장이 아니라, 사람이나 브랜드가 실제로 이 세상에서 어떻게 존재할 것이며 어떻게 기여할 것인지가 앞으로의 시대에 더욱 중요한 초점이 아닐까 싶어요.
제가 이야기하는 생장도 결국엔 성장이 맞습니다. 그러나 성장을 매우 긴 호흡으로 잡아늘려서 수십 년, 더 길게는 제가 죽고 난 이후의 세상까지 타임라인을 늘려놓은 개념입니다. 우리가 지금 세상에 있는 이유를 설파하는 것이 성장이라면, 앞으로의 세상에서도 존재해야 할 이유를 찾아가는 것이 생장이지요.

| '의자'와 '의지' 그리고 '앉음'과 '안음'

저는 말장난을 좋아해요 😊 ‘의자’와 ‘의지’, 그리고 ‘앉음’과 ‘안음’이 닮은 것이 재미있어요. 의자에 앉으면 시야가 제한되어서 내 안으로 파고들어갈 수 있습니다. 사유의 시간이죠. 생각을 많이 할수록 어떤 의지들이 생기고 그것이 표출되어 일이 되죠. 사유뿐만 아니라 나를 달랠 수도 있어요. 앉음으로써 나를 안는 개념인데요. 이처럼 잠시 앉는 것으로 몸과 마음을 다시 차오르게 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늘 너무 빠르고 서 있어요. 어쩌면 진짜 가치 있는 순간은 앉아서 자기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일 겁니다.
세상이 앉음의 가치를 점점 평가절하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자꾸 뭘 하라고 하고 뭘 해야 할 것만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하지요. 앉아서 책을 읽어도 좋고 아이스크림을 먹어도 좋습니다. 가끔은 세상에 휩쓸리지 않고 자기 자신과 독대하면서 시간을 보내셨으면 좋겠네요.
녹기 전에 박정수 대표의 [앉아야 일어나는 오늘]은 ‘가끔은 세상에 휩쓸리지 않고 앉아서 자기 자신과 독대하면서 시간을 보내는 것’인데요. 지금까지 너무 달려만 온 것은 아닌지 잠시 의자 위에서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시는 것은 어떨까요. 우리는 멈춰야 비로소 더 나아갈 수 있으니까요.
🪑박정수 대표의 PICK!
펑거스
펑거스에 앉아서 처음 느낀 감정은
신기하게도 ‘자유롭다’ 였습니다.
의자가 자유롭다는 게 조금 이상할 수 있는데,
펑거스는 등받이가 없는 채로
360도 회전이 되기 때문에
앉고 나서 제 의지대로 불편함 없이
몸의 방향을 돌릴 수가 있습니다.
그것이 앉은 자리에서도 몸을,
그리고 나아가 생각을
매우 자유롭게 만들어 줍니다.
이동하고 있지는 않지만 시야는 원할 때
계속해서 휙휙 변하잖아요.
매우 새로운 경험이었습니다.
손님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팀으로 오신 손님들이 서로 마주볼 때
의자를 손으로 돌리던 예전과 달리 앉아서
편하고 가볍게 몸을 돌리실 수 있었어요.
자그마한 홀에 아주 매끄러운 동선이 생겼어요. 😀